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주축 내야수 김도영(20)의 2024시즌 전망은 어두웠다.
그는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일본과 결승전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엄지 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 상태는 심했다. 그는 수술 후 3개월 동안 방망이조차 잡지 못했다.
수술 여파는 꽤 오랫동안 김도영을 괴롭혔다.
다행히 빠른 속도로 회복한 김도영은 KBO리그 개막 엔트리 승선에 성공했으나 3월에 치른 6경기에서 타율 0.154에 그치는 등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타격감은 크게 떨어졌고, 새 시즌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시스템) 적응에도 애를 먹었다.
김도영은 3월 한 달 동안 총 28타석을 소화했고, 이 중 10번이나 삼진으로 물러났다.
부진은 이달 초까지 이어졌다.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김도영의 타율은 0.192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범호 KIA 감독은 김도영을 라인업에서 빼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KIA 타격코치로 활동했던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가진 잠재력과 능력을 믿고 있었다.
계속 기회를 주면, 언젠가는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김도영이 기대에 부응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 경기가 변곡점이었다.
김도영은 이 경기에서 5타수 4안타 3타점을 몰아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이후 김도영은 단 한 경기도 빠짐없이 안타 생산을 이어갔다.
정확한 타격은 장타력까지 끌어올렸다.
김도영은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시즌 4호 홈런을 쳤고, 16일 SSG 랜더스전에서 5호 홈런을 날렸다.
그리고 1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방문 경기에서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7회와 9회 연타석 홈런을 폭발하는 등 4타수 3안타(2홈런) 5타점 4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 경기로 김도영의 타율은 0.302로 솟구쳤고, 시즌 홈런도 7개로 늘었다. 7개 홈런은 모두 4월 이후에 나왔다.
2022년 프로 데뷔한 김도영은 지난해 기록한 7개가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이었는데, 올 시즌엔 개막 한 달 만에 타이기록을 세웠다.
SSG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시즌 초반엔 스트라이크 존과 ABS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4월 초에 타격폼을 수정했고, 9일 LG전에서 4안타를 친 뒤 개인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마음을 편하게 먹고 타격하면서 자연스럽게 정확도와 장타력이 좋아진 것 같다"며 "홈런은 의식하지 않고 있는데 예상외로 많은 장타가 나와서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 추세라면 김도영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무난하게 때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홈런에 관한 욕심은 없다"며 "일단 풀타임으로 한 시즌을 치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