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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의 사망, 전공의 행정처분의 속도 문제로 도마 위

박경혜 기자 입력 : 2024.03.11 수정 : 2024.03.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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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천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에게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마치며 면허정지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11일 공중보건의사(공보의)와 군의관을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은 집단행동 등 대응 방안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국 40개 의대는 수업 거부나 개강 연기 등이 전면 확산하면서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도 우려되고 있다.

 

◇ 오늘부터 공보의·군의관 투입…내주 공보의 200명 추가파견 검토

복지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 등 총 158명을 파견한다. 파견된 공보의 가운데 전문의는 46명, 일반의는 92명이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는 200명의 공보의를 추가로 의료현장에 투입해 전공의 이탈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추가로 인력 투입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공보의 파견에 따라 수도권이 아닌 곳의 보건소에 공백이 생길 수 있는데, 의료진을 순환 배치하는 등 2단계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명 정도 공보의를 추가 배치할 때 그런 점을 고려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현장교육 등으로 실제로는 13일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점 등을 고려해 파견 기간을 한 달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공보의·군의관 배치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지 주민들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조치"라며 "전혀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던 공보의와 군의관 인력이 파견되면 업무에 손발이 맞지 않아 의료 현장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복지부가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1만1천994명으로, 이탈률은 92.9%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들 중에서는 지난 8일까지 4천944명에게 사전 통지서가 발송됐다. 나머지 대상자들에게도 순차적으로 사전 통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 서울의대 교수들 오늘 '집단사직' 등 논의…성대·가톨릭의대도 주내 모임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되면서 의대 교수들이 본격적인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오는 14일 회의를 열어 의대생들의 집단휴학과 전공의 미복귀 사태 등을 논의한다. 전의교협은 지난 9일에도 비공개 총회를 열어 현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대생의 유급이 현실화하고 전공의가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교수들 사이에서 '자발적 사직'이나 '겸직 해제' 등이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의교협과 별개로, 서울의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는 의대 교수들도 각각 회의 일정을 잡으며 머리를 맞대고 있다.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의대는 서울대·연세대·울산대·가톨릭대·성균관대 5곳이다.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총회를 열고 대학의 의대 증원 신청과 전공의 사직 등 현 상황과 그간의 비대위 활동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는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교수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12일 오후 6시 온라인 회의를 열어 현 사태에 대해 논의한다.

연세의대 교수협은 이날 오전 투표를 통해 안석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현실화했을 때의 집단행동 여부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앞서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지난 7일 회의를 열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전공의들과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불이익과 처벌로만 일관한다면 교수들도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속히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환자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강압이나 협박을 중단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의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 이달 말 의대생 휴학 사태 해결 '마지노선'…'집단 유급' 가능성도

전의교협은 이달 안에 의대생 휴학 사태를 해결해야만 학생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 방침으로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지속하면 수업일수 부족 등으로 '집단 유급'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는데,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대학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2월이었던 본과생들의 개강을 이달 초로 연기하거나, 개강 직후부터 휴강을 이어가고 있다.

유급이 되면 의대생들은 시간적인 손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손실을 본다. 휴학과 달리 '유급'은 등록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태의 해결을 위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 중 수업 거부에 들어간 의대는 10곳이며, 나머지 30곳은 학생들의 동맹휴학 등으로 인해 아예 개강을 늦췄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은 5천445명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정식 휴학 절차를 거친 사례만 포함한 것이다. 실제 휴학 신청 의대생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 의료공백 심화…의료현장 혼란 극심, 항암치료 거절 사례도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심각해면서 암 환자 등 치료가 급한 중증환자들이 대책 없이 병원 밖으로 내쫓기고 있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식도암 4기 환자의 보호자 A씨는 "병원에서 의료 사태를 이유로 항암치료를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까지 말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치료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의료 사태로 인해 입원도, 치료할 여력도 없으니 알아서 병원을 알아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가 힘겨루기를 하며 중증환자들의 치료받을 기회와 시간이 짓밟고 있다고 느꼈다. 막막함과 황당함에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암 환자 B(60) 씨는 "9차에서 10차로 넘어가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입원이 중지됐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외래로 돌렸으나, 이 역시도 1주일이 밀려 총 4주간 치료 연기가 발생했다"며 "그 사이 등 통증과 간 수치가 올라갔다"고 증언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70대 암 환자 C씨는 작년 10월에 담도암 진단을 받고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지만, 전공의 집단 이탈이 본격화한 뒤 병원의 퇴원 압박을 이기지 못해 요양병원으로 옮겼다가 사망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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