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가 입국이 금지된 가수 유승준(47·미국 이름 스티브 승준 유)씨가 두 번째 비자 발급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020년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의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미로, 유씨가 재차 비자 발급을 신청하면 정부가 다시 판단해야 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유씨가 주 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이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유씨는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2002년 1월 공연 목적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한국 국적을 상실했다. 이에 법무부는 유씨의 입국을 제한했다.
유씨는 13년이 지난 2015년 8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옛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LA 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유씨는 이를 취소해달라며 첫 번째 소송을 제기해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끝에 대법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LA 총영사관은 대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2020년 10월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두 번째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올해 7월 유씨의 손을 들어주며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자는 원칙적으로 체류자격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만, 38세가 넘었다면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옛 재외동포법에 따라 38세가 되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하고, 유씨가 병역 기피 외에 별도의 행위를 하지는 않았는데도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일반규정을 적용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2018년 이후 개정된 재외동포법에는 병역기피자의 비자 발급에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단서 조항이 있지만 재판부는 유씨의 경우 개정되기 전 재외동포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LA 총영사를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면서 정부는 유씨에게 내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유씨가 재차 비자를 신청할 경우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비자를 발급하고 입국 제한을 해제하면 유씨는 20여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된다.
[사진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