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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진짜 지도자 김여정, 권력 승계 피비린내 날 것"... 英매체 집중 조명

천상희 기자 입력 : 2023.06.04 수정 : 2023.06.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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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유력 매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북한의 실권자로 지목하며 집중 조명했다.

김 위원장 주변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김 부부장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권력의 정점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일요일판인 선데이 타임스에서 "김여정은 지난 수년간 선전가, 대변인, 외교관, 정책가로서 자신의 힘으로 부상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김정은 정권을 영국 튜더 왕조의 헨리 8세에 비견했다.

최고지도자 곁을 지키는 막강한 2인자의 존재, 거칠지만 노련한 외교관,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전국에 얼굴을 알리고 있는 아이의 존재 등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주변 인물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이 튜더 왕조는 물론 선대 북한 정권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외교 상대인 남성들과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고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는 열병식이나 탄도미사일 발사 현장 등 굵직한 일정에 자주 동행하고 있다.

김정은의 의전 보좌역은 한때 '애인설'로 이목을 끌었던 왕재산경음악단 가수 출신의 현송월 당 부부장이지만 영향력과 권위에 있어서 김여정에 가까운 이는 아무도 없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더타임스는 "김정은이 2011년 아버지의 뒤를 이었을 때만 해도 평양 밖에서 김여정의 이름을 아는 이는 손에 꼽았지만 이제는 적국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선전 활동을 감독하고 오빠의 잠정적인 후계자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최근 수년간 김 위원장이 남한,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에서 대외 활동을 벌일 때마다 얼굴을 비췄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에게 펜을 건네는 모습이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타임스는 가부장적 전통의 북한에서 김여정이 유력 인물로 떠오른 배경에 김씨 일가의 세습통치라는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을 세운 김일성 주석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녀 7명을 뒀는데 그중 김정철·김정은·김여정 셋은 유년 시절 유럽으로 넘어가 가명으로 외로운 유학 생활을 견디며 끈끈한 관계가 됐다는 분석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그들의 아버지는 아이들과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고자 하는 흥미도, 시간도, 에너지도 없었다"며 "그들은 특권을 누렸지만 고립된 상태였고 셋이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여정은 학업을 마치고 평양으로 귀국해 대학에 진학했다.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에서 포착된 김 부부장을 두고 사전 정보가 없던 해외 관찰자들은 '김정은의 부인'이라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김여정이 2012년 선전선동부에 들어간 이후 북한 기관들은 남한과 미국을 향해 기존의 수위를 한참 뛰어넘는 원색적 막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북한 매체들은 2014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미국의 창녀"로 불렀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원숭이의 모습을 한 피가 불분명한 잡종"이라고 표현했다.

더타임스는 "당시 인용문이 누구 명의인지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김여정의 흔적을 발견한다"며 "오빠보다 훨씬 격하고 충격적인 욕설을 내뱉는 그녀의 초기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 극한 갈등을 지나 2018년 2월 한국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되며 한반도에는 '데탕트' 해빙의 분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김여정 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뒤에 앉으면서 한국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옅은 화장과 수수한 차림의 김 부부장은 방북 요청이 담긴 오빠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종료된 이른바 '하노이 노딜'을 계기로 김 부부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대남·대미 비난의 선두에 선 상태다.

김여정은 김정은이 담배를 피울 때 옆에서 재떨이를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일부는 서열관계에 따른 복종의 표시로 이해했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이를 다른 관점으로 받아들였다. 바로 김정은의 DNA 흔적이 외국 첩보원들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지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최진욱 전 통일연구원장은 "열병식 때 김 위원장과 지도부가 앉아 있으면 김 부부장이 뒤에서 이곳저곳을 오간다"며 "그런 환경에서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그의 권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들어서 김정은의 후계자 구상을 놓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언급했다.

김정은은 과체중으로 각종 건강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같은 점에서 정치보다 클래식 기타 연주에 더 관심이 많은 형 김정철보다 동생 김여정이 일찌감치 후계 구도에서 자리를 굳히는 듯 보였지만 작년 11월부터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는 모습이다.

더타임스는 "주애의 출현은 김씨 일가 통치의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상징적 조치일 수 있다"며 "김여정에게 권력을 당연히 여기지 말라고 은근히 경고하는 것일 수도 있고 김정은 부인에게 '백두혈통'의 모계라는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김여정이 2018년 올림픽 이전 1명 이상의 아이를 출산했다는 추측이 있었다는 점에서 김여정이 스스로 '왕조'를 세울 잠재력이 있는 만큼 이를 견제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 더타임스의 시각이다.

그러면서 "비록 수십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김주애가 북한의 다음 지도자로 훈련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더타임스는 "이것이 과연 김여정에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라며 앞서 이복형 김정남 암살, 고모부 장성택 처형 등 김정은 정권의 숙청 사례를 열거했다.

이어 "김여정이 자신의 오빠와 고모부 살해와 관련해 주변에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을 리 없다"며 "지금 자신의 지위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은 2인자를 원하며, 김여정이 근래 그 누구보다 두드러지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2인자일 뿐"이라며 "정권이 바뀌면 곧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정권의 붕괴는 그에게 모든 것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 객원 연구원은 "북한에서 권력 승계란 언제나 피비린내 나는 경기와 같다"며 "'말피 공작부인'이나 엘리자베스 시대의 복수극과 같은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 /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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