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사건과 관련없음 / 출처: 픽사베이 ]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룸카페가 일반 숙박 시설 모텔과 거의 똑같은 시설을 갖춰놓고 영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형태의 유사 숙박영업이 불법임을 인지하면서도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아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를 사실상 방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소재 A 룸카페는 카페 내부로 들어서자 긴 복도에 39개의 분리된 방이 펼쳐졌다.
3~4평 규모의 방안에는 TV와 테이블이 있었고 푹신한 매트가 바닥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방문을 닫자 방음이 잘 돼 있어 내‧외부가 완전히 차단됐다.
방문마다 유리창이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지 않았고 불을 끄면 방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룸카페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방문해 모든 방이 꽉 차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룸카페는 언뜻 보면 모텔과 유사했지만 확연히 다른 점은 연령과 가격대다.
미성년자 남녀 혼숙이 금지된 모텔과 달리 룸카페는 별도의 신분증 검사 없이 누구나 1인당 1만 원만 내면 주말엔 2시간, 평일엔 무제한으로 과자와 음료를 제공받으며 밀폐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있는 B룸카페 역시 완전한 밀실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룸카페에서 1년 가까이 일했다는 이모 씨(25)는 “룸카페는 밀폐된 공간 탓인지 청소년들이 주로 찾아온다” 며 “퇴실한 방을 청소하면서 쓰고 버린 피임 도구를 자주 발견했고 방안에서 애정 행각을 벌이거나 술을 반입한 청소년들도 목격해 퇴실 조치한 적도 많다”고 전했다.
지난 2013년 8월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논란이 됐던 일명 '멀티방'(노래 영화 게임 등을 함께할 수 있는 시설) 등이 미성년자 출입제한 업소로 지정되면서 대체재인 룸카페로 많은 청소년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역에서는 5~6년 전부터 룸카페가 생기기 시작해 현재 주요 번화가에서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룸카페를 방문하는 청소년들의 목적은 데이트, 휴식 등 다양하지만 일부 애정 행각을 벌일 용도로 이용하거나 흡연, 음주 등 탈선을 위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 2020년 7월에는 익산에서 10대 남성이 12세 여성을 룸카페로 불러 강제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접근성이 용이한 룸카페를 중심으로 청소년 상대 성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룸카페에서 청소년들의 탈선 사례가 나와도 이를 막을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탓에 지자체와 경찰은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모텔과 유사한 룸카페는 청소년 출입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여성가족부가 고시한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금지 시설 형태로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이 적시돼있다.
이어 설비 유형으로 ‘룸내 화장실 별도 설치’나 ‘침구 비치’ 등도 금지된다.
룸카페 역시 밀폐된 공간이지만 대개 청소년 출입에 제한이 없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제재가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룸카페가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뒤 개축을 거쳐 밀폐형 공간으로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전주 YMCA) 관계자는 “룸카페의 경우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단속을 하더라도 계도 수준에 그칠 뿐이며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며 "관할 경찰서와 함께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청소년 탈선 점검 및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반음식점’으로 업종을 바꿔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가며 청소년들에게 악용하는 룸카페에 대한 지자체와 경찰의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법적 규제를 재검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방마다 투명한 유리창을 설치하거나 CCTV를 설치하는 등 룸카페 내부 환경을 변화시켜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