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 / 출처: 통계청 ]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6)씨는 당분간 고향 대구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 달 용돈 50만원으로는 생활이 안 돼 등록금으로 써야 할 장학금 일부에 과외비까지 보태고 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김씨는 “편의점 몇 번 갔다오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볼 때마다 부모님 신세를 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새해부터 콜라, 세제, 치약, 옷, 신발, 화장품까지 사방에서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8월 라면·빵, 연말엔 부식류를 휩쓸고 지나간 가격 인상 러시가, 2023년 들어 생활용품 전반과 가공식품, 패션·사치품까지 확산되면서 ‘3차 물가 인상’ 쓰나미가 덮치고 있는 것이다.
새해 가격 인상의 첫 진앙지는 편의점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일부터 편의점용 주요 생필품 8종 가격을 인상해, 가루세제 테크(750g)는 5500원에서 6500원으로 18%, 주방세제 자연퐁(490ml)은 4000원에서 4600원으로 15% 올렸다.
샴푸, 치약 값도 10~16% 인상했으며 LG생활건강은 “원부자재, 물류비, 인건비가 상승해 어쩔 수 없었다”고 전했다.
1900원 하던 편의점 코카콜라 1캔(350ml)은 해가 바뀌면서 2000원으로,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콜라(355ml)도 1700원에서 1900원으로 올라 2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캔커피 레쓰비 마일드(200ml) 한 캔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나 인상했다.
가공식품도 작년 말 원유(原乳)값 상승에 따른 ‘밀크플레이션’ 여파로 아이스크림과 커피가 덩달아 올랐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올린 것을 포함해 새해 아이스크림 4종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커피빈은 3일부터 우유가 포함된 음료 31종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200원씩 인상했으며 바닐라라테 작은 사이즈 가격이 6100원에서 6300원이 됐다.
우유를 많이 쓰는 제과점도 가격을 인상했다.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은 지난 1일 간판 메뉴인 튀김소보로 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리는 등 일부 품목 인상을 단행했다.
무료 배송 최소 금액 기준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올리며 성심당은 “10년 만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해가 바뀌면서 메뉴판 가격 표시를 고치는 식당들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 한 수제 돈까스 집은 1일부터 돈까스 가격을 1만500원으로 올렸다.
작년 8월 9000원에서 9500원으로 한 차례 값을 올렸지만 새해 들어 다시 1000원을 더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는 ‘육류를 포함한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가격인상을 이유를 설명하는 안내문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