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하씨의 이웃이 찍은 가해 남성 2명 중 1명이 찍힌 현장 영상 / 출처: 연합뉴스 제공 ]
독일 라인강변 뒤스부르크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인 20대 유학생이 신원 미상의 남성 2명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인 모욕과 공격, 폭행까지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후 1시쯤 독일 뒤스부르크 시내 주택가에서 유학생 29살 하 모 씨에게 남성 2명이 접근해 "혐오스러운 중국인", "중국인을 다 죽이겠다"고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혐오를 드러내는 인종차별적 욕설을 퍼붓고 얼굴 등을 폭행했다.
하씨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경찰이 출동했고 두 남성은 도주했다.
하 씨는 "강아지를 데리고 집 앞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남성 두 명이 접근해 동양인 혐오 발언을 퍼붓더니 얼굴 등을 폭행했다"면서 "강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꼭 끌어안고 주먹세례를 받아 왼쪽 눈과 머리에 상처를 입었다.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유학생들에게 이런 일이 밥 먹듯이 일어난다는 게 문제"라며 "살해 협박까지 받은 만큼 또 다른 피해자가 안 생기도록 가해자가 잡혀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일 경찰이 자신의 요청에도 도주한 남성들을 쫓지 않고 미온적으로 행동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뒤스부르크 경찰은 "한국 국적자 관련 사건이 접수돼 보안대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상해와 모욕에 더해 인종차별주의 혐의도 있어 보안대로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주독일대사관 측은 뒤스부르크와 관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찰에 미온적 행동에 엄중하게 항의하고 수사를 조속히 해 범인을 잡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전했다.
한편 독일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더욱 늘어났다.
지난해 5월 독일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독일 통합이민연구센터가 독일 내 아시아계 700명 등 4천5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중 49%는 대유행 속에 직접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인종차별 사례 중 62%는 언어적 공격이었고 11%는 침을 뱉거나 밀치거나 살균제를 뿌리는 등의 신체적 폭력, 나머지 27%는 병원에서 예약을 받지 않는 등의 제도적 배제로 대부분의 인종차별은 거리를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뤄졌다.
'중국의 유럽을 향한 관문'을 자처했던 뒤스부르크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기지로 평가받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 기반시설과 산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거센 논란이 일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추진하던 사업을 중단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