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태원 참사 추모현장에 붙여진 추모 메세지 / 출처: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10대 생존자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면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2일 오후 1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 한 숙박업소에서 고등학생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밤 11시 10분쯤 A군 부모로부터 실종 신고를 받고 일대를 수색해 시신을 찾았다.
경찰은 당시 A군 외에 다른 투숙객은 없었으며 현장 감식 결과 범죄 혐의점이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군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로 확인됐다.
당시 이태원에 함께 간 친구들은 사망하고, A군은 참사 후 병원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샀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망한 10대 부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14일 온라인상에 A군 장례식에 다녀왔다며 "여자친구랑 오랜 절친과 3명이 놀러 갔다가 친구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 남았고 A군도 다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며 "살아 남은 자의 고통을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온전하게 견뎌 내기는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도 받고 학교생활도 잘 지냈지만 그의 휴대폰을 보니 이미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던 흔적이 가득했다고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집권 세력들이 노골적으로 희생자들과 유가족을 조롱하고 있는 사이에 가족들과 친구 등 살아 남은 자들은 그 고통과 모멸을 온전하게 감내하고 있다. 이 고통을 어찌 위로하나"고 통탄했다.
글에 따르면 A군은 참사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슬픔이 너무 처참하기에 그분들만이 온전하게 견디라고 말할 수 없다. 그 고통을 우리가 나누기에는 너무 크지만 최소한 그들의 상처를 짓누르고 조롱하고 망언을 일삼는 자들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들에게 함께 분노함으로써 조그만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는 내용도 해당 글에 담겼다.
A군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이 있었더라도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가 이 원인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유족과 부상자 등에 대한 정부의 심리 상담은 지난달 말까지 4000여 건 이상 이뤄졌다.
참사 한 달이 지났지만 생존자와 목격자는 물론이고 불현듯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2차 가해로 인한 고통으로 트라우마가 더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한 이태원 참사 생존자는 지난달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책이 정말 심했다.
일단 ‘그 자리에 가지 말걸’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들기 시작했다”며 “그때만 해도 사고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서 뉴스를 통해서 내가 지금 어떤 현장에 있었는지를 깨달은 거기 때문에 귀가하고 나서부터가 더 힘들더라”라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심민영 국립건강정신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은 참사 직후 1577-0199(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위기상담 전화) 상담전화가 40% 폭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용기를 내서 얘기도 좀 해보고 전문가한테 객관적인 상황을 들으면서 안정감, 안도감을 찾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며 “거기서 용기를 얻고 얘기를 해서 긍정적인 얘기를 들으면 다시 또 용기를 내서 조금 더 오픈하게 되는 등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라고 소개한 뒤 "회복탄력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중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 고립되지 않고 누군가와 연결됐다고 느끼는 '연결감'이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라우마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 연결감이 없어서 어떤 비난이나 루머 같은 부정적인 반응에 노출됐을 때 충격이 더 크다"라면서 근거 없는 2차 가해가 당사자들의 회복에 어려움을 준다고 밝히며 일부 생존자는 온라인 댓글 등으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연결되는 거고, 지지받는 것”이라며 “힘들게 연결했는데 거기서 또 엉뚱한 소리 들으면 사실은 더 뒤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로하는 것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 솔직한 게 사실 제일 좋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너무 걱정되고, 너무 기쁘고’ 그냥 그렇게 말하면 되는데 굳이 뭔가 의도를 넣으려다 보면 오히려 실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생존자와 사망자 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일상에서 느끼는 일반적인 스트레스 수준과는 현저히 다른 것으로 현재 매우 큰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의 도 넘는 언행들이 많다.
이들이 일상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따뜻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해 보인다.
악성 댓글은 정신적·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생산성, 학습, 개인의 행복 등 한 사람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어떠한 다른 큰 피해를 불러일으킬지 예상할 수 없다.
악성 댓글의 심각성과 위험성을 자각하고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