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울산시 울주군 곰 사육 농장에서 사살된 곰 / 출처: 울산소방본부]
울산시 울주군의 한 곰 사육 농장에서 곰 3마리가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9일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 37분께 "부모님이 몇 시간째 연락되지 않는다"는 딸의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은 부모님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울산 울주군 범서읍 한 사육농장으로 출동했고 농장 밖에 반달가슴곰 2마리, 농장 안에 1마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방관들은 신고자와 연락해 부모님이 곰 3마리를 길렀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엽사 등과 함께 이날 오후 11시 33분께 3마리를 모두 그자리에서 사살했다.
신고자 부모인 부부를 찾던 소방당국은 이 과정에서 농장 입구에 60대 부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들은 이미 숨진 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난 외상 등을 토대로 곰으로부터 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곰이 탈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울주군은 이날 오후 11시 25분께 곰 사육농장 인근 주민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해당 농장은 국제적 멸종위기종 반달곰 4마리를 키우던 미등록 사육시설로 지난 2021년 5월에도 탈출 소동이 빚어졌던 곳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신고자가 농장에서 키우던 곰 1마리가 몇달 전 죽어 3마리만 남아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그 1마리가 생존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이 농가는 사육시설로 등록하지 않고 곰을 사육하며 야생생물법을 위반해 2020년 7월과 2021년 10월 두 차례 고발당하고 벌금형까지 선고받았으나 사육을 지속해왔다.
이에 환경부는 파악되지 않은 곰 사육 농가가 더 있는지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곰 사육 농가는 현재 22곳이고 사육 곰은 319마리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9일 "전체 곰 사육 농가 시설·안전관리를 전수조사하는 한편 파악되지 않은 농가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작년 8월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그해 12월 곰 사육을 종식하기로 합의를 끌어냈고 이를 토대로 올해 1월 사육곰협회 및 시민단체와 '곰 사육 종식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의 핵심은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곰 사육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곰 사육 종식 협약이 이행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하며 지난 5월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으나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상임위원회에 계류돼있다.
이에 지난달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까지 1만58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