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본


사회.문화 > 사회

'딸 병간호만 38년' 우발적 살해 범한 60대 엄마... "중증장애인.말기암 딸간호로 지쳐"

김다영 기자 입력 : 2022.12.08 수정 : 2022.12.11 16:06
https://newsborn.co.kr/news/news_view.php?idx_no=14162 뉴스주소 복사

[사진: 38년 돌본 중증 장애인 딸 살해 모친 / 출처: 연합뉴스]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60대 모친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8일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A(63·여)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통해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하면서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죄는 명백하지만 38년간 의사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 딸의 대소변을 받아 가며 돌본 점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사건의 원인은 뇌 병변 장애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딸이 말기 대장암 진단을 받고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봤고 그 고통을 없애주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변호인은 "코로나19로 피고인 혼자 피해자를 돌보다가 육체·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상황이었다"며 "온 마음을 다해 일평생을 피해자에게 바친 피고인은 이제 스스로 만든 감옥 속에서 속죄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그때 당시에는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내가 죽으면 딸은 누가 돌보나. 여기서 끝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며 "나쁜 엄마가 맞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의 남동생인 A씨 아들이 증인으로 나와 평소 누나의 건강 상태와 어머니의 양육 방식 등을 증언했다.

A씨 아들은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한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 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고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이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며 "엄마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누나가 암 진단을 받고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다"며 "살이 너무 빠져서 다른 사람 같았다"고 기억했다.

A씨 아들은 "우발적인 범행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 가족이 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지금까지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고 울먹였다.

한편 A씨는 올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께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6시간 뒤 아파트를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뇌 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B씨는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으며 사건 발생 수 개월 전에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생계를 위해 타지역을 돌며 일하는 남편과 떨어져 지내면서 38년간 B씨를 돌봤다.

또한 정부지원으로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8시간 외에는, 온전히 A씨가 감당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A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진술해 구속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기사를 접한 누리꾼들은 ‘장애가 있는 가족의 일원으로 지금껏 무너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누가 저 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겠나’,‘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예산을 짜임새 있게 쓸 필요가 있다’,‘어머니 마음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등의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장애인 가족을 돌보는 사람 가운데 37%는 우울과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세 명중 한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거나 시도한 경험이 있어 장애 가족을 양육하는 가족 구성원이 극단적인 결심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고통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식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음에도 흉악 범죄와는 다른 높은 구형 선고에 올바른 법의 심판이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장애인 가족 구성원의 심리 상태 및 양육이 버거운 상황인 경우 주간보호 시간을 더욱 늘릴 수 있는 방안 등의 장애인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 공동체의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뉴스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다른글 보기 [email protected]

# 태그 통합검색

뉴스 댓글

  • 댓글 300자 한도

Newsborn 'PICK'



주소 : 부산광역시 남구 수영로 298, 10층 1001-408호 (산암빌딩) | 후원계좌 672101-04-381471(국민은행)
등록번호 : 부산 아00435 | 등록일자 : 2021년 9월 30일 | 발행일자 : 2021년 9월 30일
대표전화 : 1833-6371 | FAX : 0508) 911-1200 | E-mail :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및 후원문의)
제호 : 뉴스본 | 대표 및 발행인 : 배문한 | 편집인 : 이승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배문한

Copyright © newsborn,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