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대면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이 다양한 전선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북한·북핵 문제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않았지만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공세적 핵 위협 등으로 분위기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도록 건설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에 미군의 군사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회담 전부터 중국의 역할을 압박하고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을 태우고 캄보디아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가진 브리핑에서다.
그는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계기로 오는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릴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지역에 미국의 군사 및 안보 존재(security presence)를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는 점을 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따라서 북한의 최악의 행동을 제지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동북아에서의 미군 활동을 상당히 경계한다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이를 원치 않으면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을 저지해달라는 의미다.
북핵 문제가 미중 간 정상 협의 전부터 이처럼 주요 의제로 주목받은 건 지난해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정상은 5차례에 걸쳐 화상 회담 또는 전화 통화를 했는데 그동안은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더라도 거론됐다는 사실 자체만 간략하게 언급되거나 아예 거론 여부가 알려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브리핑에서도 미중 정상의 회동 주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북한의 도발을 비롯해 다양한 역내와 국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북한 도발'을 의제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는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와 수위로 도발을 지속하자 미국도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수 있다.
북한이 최근 한미일의 억제력 강화에 긴장 고조의 책임을 돌리며 역대급 도발에 나선 건 중국이 든든한 뒷배로 버티고 있는 이유도 크다.
따라서 '중국 책임론'을 부각, 북핵 문제가 미중간 역내 경쟁의 '하위 변수'에 그치는 상황을 바꾸자는 생각도 있어 보인다.
그런 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 대응을 가로막아 왔지만 7차 핵실험까지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아울러 미중이 대만 문제 등 다양한 이슈에서 갈등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는 상대적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미국이 고려했을 수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과거 6자 회담 등을 거론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함께 협력한 역사가 있는 분야"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정신에 따라 이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미중 전략경쟁 상황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양측이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북한을 '전략적 완충지대'로 여기는 중국이 얼마나 이에 협조할 뜻을 밝힐지는 미지수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압박,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일정 부분 견제하는 수단으로 북한 문제를 다룰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미중 정상회담 전날인 13일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려 대북 공조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점도 변수다.
설리번 보좌관은 3국 정상회담 성과로 "3자 안보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그 대상을 두고 북한뿐 아니라 "역내 전반적인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3국이 협력하는 역량까지 더 넓게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는 물론이고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을 두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대치하는 중국에 맞서 3국이 협력하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 (왼쪽부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