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당정이 경제난에 빠진 취약층에 긴급 생계비를 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연체자까지 대상에 포함해 100만~200만원을 즉시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오는 2023년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연체자를 포함한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연체자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우니 이들을 위해 일부 대손이 발생하더라도 연체 여부와 무관하게 취약층 긴급 생계비로 소액대출을 해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ㅜ
그는 "다만 민간은 연체해도 채무불이행 기록이 남지 않지만 정부 지원액은 안 갚으면 채무 불이행으로 등록된다"며 "100만원 정도를 갚지 않아 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이 갚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국민의힘과 지난 6월 당정협의회를 열어 긴급 생계비 대출을 포함한 금융 취약계층 지원 확대 정책에 합의했고 금융당국은 내년 1분기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을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원 대상은 불법 사금융 피해 우려가 있거나 피해를 겪는 취약계층으로 연체 여부를 따지지 않으며 세부 대상 요건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대출 한도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00만~200만원 선으로 생계비 용도로 쓴다는 확약서를 받을 방침이다.
처음에는 50만원 내에서 즉시 대출해주고 성실 상환시 추가 대출해주는 방식을 고려 중이며 1년 만기 일시 상환 방식으로 중도 상환 수수료는 없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직접 대출 및 상담을 해주고 금융권 기부금 1천500억원과 정부 재정 등을 합쳐 최대 2천억원 가량이 재원으로 투입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긴급 생계비 대출 한도를 100만원으로 가져갔는데 당에서는 200만원으로 올려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서 구체적인 안을 이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취약층에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까지 내년 초에 출시하려는 것은 불법 사금융이 활개를 치고 있는 데다 여야를 막론하고 신종 불법 사금융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등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의 신고 건수는 지난 2020년 7천351건에서 지난해 9천238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6천785건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불법 사금융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병행해 긴급 생계비 소액 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의 규모를 올해 10조원에서 내년에는 12조원으로 20%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 정책서민금융 공급 목표는 직장인을 위한 근로자 햇살론을 올해 3조5천억원에서 내년 4조4천억원, 청년·대학생 소액 금융 지원인 햇살론 유스를 3천억원에서 3천100억원,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을 600억원에서 3천400억원으로 각각 확대하고 긴급 생계비 소액대출에 신규로 2천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근로자 햇살론은 연 소득 3천500만원 이하 또는 연 소득 4천500만원 이하이면서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일 경우 금리 연 10.5% 이내에서 1천500만원 한도로 빌려주는 제도다.
햇살론 유스는 연 소득 3천500만원 이하 또는 만 34세 이하 또는 미취업 청년 등에게 연 3.6~4.5%의 금리에 1천200만원 한도로 대출해준다.
최저 신용자 특례 보증은 신용 평점 하위 10% 이하에 연 소득 4천만원 이하이면서 기존 햇살론15 이용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연 15.9%의 금리에 1천만원 한도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을 활용해 '청년 특례 신속 채무조정' 프로그램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상환 능력이 낮은 국민은 연체 발생 전에도 이자 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재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취약 연체자에 대한 채무 조정 지원도 강화한다. 원금 상환 능력이 급감한 일부 취약계층에 대해 연체 90일 이전(31~89일)이라도 채무 조정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대상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증 장애인, 70세 이상자 등이 될 전망이며 개인채무자 보호법 제정도 추진된다.
법 개정을 통해 채무조정 요청권을 신설하고 기한 이익 상실 전 채무 조정 안내 의무화 등을 통해 금융사와 채무자 간 자율적인 채무 조정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연체 발생에 따른 채무자의 과다한 이자 부담을 제한하고 채무 조정 중인 채권에 대한 추심 금지 등을 통해 채무자에게 불리한 추심 관행을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고금리와 고물가로 취약층의 생계비는 늘어나는 반면 복지 여력은 충분하지 않아 서민 금융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대출창구 / 출처=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