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시도를 둔 야당의 반발로 한 차례 파행한 대검찰청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5시간 만에 가까스로 개의했지만 민주당의 거센 항의와 피켓 시위로 인해 31분 만에 재차 파행했다.
민주당이 민주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중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대국민 사과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이재명 방패' 요구라고 일축하면서다.
이에 민주당은 용산 대통령실 앞 전쟁기념관을 찾아 항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참석 없이 국감을 계속 이어가기로 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원회(이하 법사위)는 이날 오후 3시5분쯤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국감은 당초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19일) 민주연구원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며 보이콧을 선언해 5시간가량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감사 개시를 선포하자 민주당 의원 10여명은 '야당 탄압 규탄한다', '보복 수사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순식간에 위원장석을 에워싸고 거칠게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 감사를 하지 않으면 대검찰청에 대한 국감 실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야당 의원들에게 "야당탄압, 보복수사에 대해서 검찰총장을 상대로 철저히 따져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김건희도 수사하라, 김건희도 체포하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김 위원장을 계속 둘러싸고 항의를 이어가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의원장에게 선서문을 제출하지 못하고 기관 증인 등은 앉지 못한 채 자리에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국회 경비대에 선서문을 제출할 수 있도록 요청해 이 총장은 5분여 만에 선서문을 제출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은 김용 부원장의 적법한 수사를 두고 정치 탄압을 운운하면서 국감을 거부하고 있다.
국감은 국회 책무"라고 국감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어진 업무보고에서도 민주당은 "야당탄압 규탄한다", "일방 회의 중단하라"는 구호와 함께 항의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법사위 야당 간사 기동민 의원을 향해 "지금 여기서 샤우팅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씀을 검찰총장을 통해 따지면 될 것 아닌가"라며 "뭐가 구려서 이 기회를 마다하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대치로 국감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자 김 위원장은 개의 31분 만인 오후 3시36분쯤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기 의원은 감사 중지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여당이라고 하더라도 위원장은 이런 상황이 초래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야당을 끌어 들이는 것이 합당한 회의진행 방식일텐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회의를 운영하나"라며 "4가지 조건에 대해 어느 것에도 성의 있는 답변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법사위 여당 간사 정점식 의원은 "법사위원들뿐 아니라 타 상임위원들까지 동원해서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는 국감을 방해하는 행위에 심히 유감"이라며 "왜 민주당이 이재명의 방패가, 김용의 방패가 되려 하는가"라고 반발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 소속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함께 이날 4시16분부터 회의를 속개해 국정감사를 진행 중이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법사위위원들이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일방적인 개회선언에 김도읍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출처=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