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가 내부적으로 세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이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21일 비판했다.
"회사가 몇 개월이 넘도록 직장 내 괴롭힘 조사를 하지 않아 결국 퇴사했습니다. 노동부에 신고했는데 이미 신고 후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과태료가 아닌 시정 기한을 회사에 부여한다고 합니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라며 직장인 A씨가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회사는 ▶지체 없는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비밀누설 금지 의무가 있고 회사가 신고를 방치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처벌 조항이 노동부가 임의로 세운 내부지침에 의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단체는 전했다.
직장갑질119가 입수한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지침에 따르면 '지체 없는 조사'를 위반할 경우 25일 이내의 시정기한을 두고 시정하지 않을 경우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단체 측 설명이다.
직장갑질119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노동부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 조사·조치의무 위반 사건' 신고 건수는 888건이었고 이 가운데 '지체 없는 조사' 위반 관련 신고는 696건(78.7%)에 달했다.
하지만 이 기간 직장 내 괴롭힘 조사·조치의무 위반 사건 과태료 부과 건수는 55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6.2%에 불과했다.
직장갑질119는 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보복 사례에도 "엿장수 마음대로" 시정 기한을 줬다고 비판했고 해고·징계 등 회사의 보복이 이뤄졌어도 14일의 시정기한을 임의로 부과하도록 정했다는 것이 단체 측 주장이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난 2019년 7월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는 신고 건수는 1천360건에 달했지만 노동부는 274건(20.1%)만 검찰에 사건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 박현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사내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거나 객관적인 조사가 진행되지 못해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가하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내부 처리지침 개정 등 시급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