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임금피크제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 온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개별 기업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임금피크제에 대한 첫 판단인데다 향후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함에 따라 노사 간의 재논의 및 협상이 불가피해 보이며 그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의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연령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 임금피크제 축소되면 기업 부담 커져... 노사 갈등도 우려
기업들은 일선 현장에서 임금피크제의 적정성을 두고 노사 간 대립이 심화되고 임금피크제 자체가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은 개별 기업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 조치의 적정성(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이 별도의 업무 조정 없이 기존의 업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이번 판결의 파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연장하고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는데 여전히 회사 안팎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임금협상을 벌이는 삼성전자 내 4개 노조 공동교섭단은 회사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며 "노동부의 행정 해석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현행 만 58세부터 정년 60세까지 3년간 적용되며 임금피크제 기간에는 전년 대비 임금이 10%씩 깎이는 구조다.
현대차는 지난 2015년 만 59세에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에 10%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임금 피크 적용 시점이 만 56세이며 매년 10%씩 깎이는 구조다.
기업들은 만약 임금피크제가 축소되면 희망퇴직 등이 줄면서 정년을 채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에 따라 경영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가 없으면 직원들이 대부분 정년을 채울 것으로 보이며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이는 상황에서도 직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장애물이 사라지면 정년까지 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금융기업은 임금 삭감과 함께 업무도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 판결은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이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급여 지급 기준 및 복리후생 분야에서 차별을 받는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의 경우 임금피크에 들어가면서 경감된 후선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 경제단체 "임금피크제 무효로 하면 일자리 감소·고용불안 등 부작용 심각해질 것"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입장문을 내고 "임금피크제는 고령자의 고용 불안과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향후 관련 판결이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과 법의 취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히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경총은 "임금피크제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임금체계 실태와 고용 환경을 고려해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도출된 제도"라며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령자고용촉진법은 특정 연령집단의 고용 유지와 촉진을 위한 조치를 연령 차별로 보지 않는다"며 "2016년에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면서 그 대안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임금피크제는 연공급 제도 아래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이를 무효로 하면 청년 일자리 감소와 중장년 고용불안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줄소송 사태와 인력 경직성 심화로 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며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도 "이번 판결이 기업 부담을 늘리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며 "이번 판결이 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과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 확대 등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신중한 해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임금피크제와 관련된 혼선이 기업의 추가적인 임금 부담과 생산성 저하를 야기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제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효율적인 방책으로 임금피크제 개선 및 확대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진= 임금피크제 적용 현황 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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