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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보고 싶었어"... 웃음·눈물 교차한 5달 만의 접촉면회

박경혜 기자 입력 : 2022.04.30 수정 : 2022.04.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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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제 무슨 꿈 꿨어." "아들 꿈, 아들 만나는 꿈 꿨지…."

30일 오전 10시께 서울 성동구의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치매를 앓고 있는 박영순(72)씨는 주름진 손으로 불혹이 훌쩍 넘은 아들 강동훈(47)씨의 등을 갓난아기를 달래듯 연신 두드렸다. 

강씨가 "아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어"라고 묻자 어머니 박씨는 "아휴, 죽도록 보고 싶었지. 너무 예뻐졌어"라며 마스크 밖으로도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지난해 11월부터 전면 금지됐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내 접촉 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 날 가족의 손을 잡은 이들의 얼굴에서는 눈물과 웃음이 교차했다. 

강씨는 "어르신들 건강 문제 때문에 접촉 면회가 조심스럽기는 하다"면서도 "그래도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니까 가족끼리 얼굴을 보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시지 않겠느냐. 코로나 전처럼 외출·여행하면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접촉 면회가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고 해서 모든 가족이 자유로이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면회객들은 시설에 들어오기 전 예방접종 증명서 등을 제출한 뒤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10여분을 기다려야 했다.

만 18세 이상 면회객은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쳐야 접촉 면회를 할 수 있는데 3차 접종을 하지 못한 박씨의 두 손자는 센터를 찾지 못하고 영상통화로 할머니에게 인사를 건네야 했다. 

그런데도 수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한 가족들은 면회 현장 곳곳에서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휠체어에 앉은 채 면회실로 나온 박춘생(83)씨는 중증 치매를 앓고 있지만 자신을 기다리던 딸 윤현주(56)씨와 손자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눈시울이 붉어진 딸이 휴지를 꺼내 눈을 닦아주자 박씨는 "너무 좋아서 눈물만 자꾸 나"라며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댄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손자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던 박씨는 딸이 귀에 대고 손자 이름 석 자를 불러주자 이내 알겠다는 듯 "둘이 눈이 닮았다. 잘생겼어"라고 읊조리고는 또다시 눈물을 떨궜다.

윤씨는 "어머니가 백신을 3차까지 맞고 힘들어하셨지만, 덕분에 코로나에 확진되고도 잘 이겨내셨다"며 "부모님이 살아계신 것 자체가 자녀들한테는 큰 힘이다. 어버이날에도 기회가 되면 또 면회를 올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곽금봉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원장은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 가족을 볼 수 있냐고 물어보신다. 면회를 앞두고는 잠도 못 이루시고 면회 얘기만 해도 눈물을 글썽이는 분들이 많았다"며 "빨리 코로나 상황이 끝나서 어르신들이 맘껏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시적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의 접촉 면회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접촉 면회 기간은 다음 달 22일까지 3주간이다.

접촉 면회를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미 코로나19에 확진됐던 입원환자·입소자나 면회객은 2차 접종까지만 완료했다면 접촉 면회를 할 수 있지만 미확진자 면회객은 3차 접종까지 마쳐야 한다. 17세 이하의 면회객은 2차까지 접종한 기록이 있으면 된다.

면회객은 48시간 이내에 받은 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 결과가 있어야 하며 입원환자 및 입소자 1인당 면회객은 최대 4명으로 제한되므로 기관별로 사전예약을 하고 방문해야 한다.

사진= '드디어 껴안을 수 있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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