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오는 21일부터 적용할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자영업자 등 민생을 고려해 현행 '6명·11시' 제한을 '8명·12시'로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확진자가 최대 규모로 증가하는 상황인 만큼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방역·의료분과를 비롯한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의견을 수렴하면서 각 지자체와 부처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상회복지원위 회의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사적모임 인원을 6명으로,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하는 현행 거리두기는 지난 5일부터 시행돼 오는 20일 종료될 예정이다.
정부는 앞서 "다음번 거리두기 조정에서는 본격적으로 완화를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어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제·민생분과를 중심으로 인원 제한을 최소 8명으로 확대하고 영업시간을 밤 12시로 늘리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원 제한을 6명으로 두고 영업시간을 밤 12시로 늘리거나, 인원을 8명으로 늘리고 영업시간은 오후 11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거리두기 조치를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유행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고 확진자는 물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급증하는 추세여서 거리두기를 완전히 풀면 안 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방역 분야에서는 최소한 이달 말까지는 현행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직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완화' 메시지를 내보내면 유행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현행 거리두기를 연장하고, 정점이 지나고 완화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다.
지금도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물론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는 대기자가 많아졌고 확진 통보가 늦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복수의 연구기관 분석을 종합해 유행 정점이 이달 16∼22일 형성되고 정점에서 신규 확진자는 일평균 31만6천∼37만2천명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다음 주까지는 유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0시 기준 신규확진자는 40만741명으로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섰고 위중증 환자도 1천244명으로 최다치를 기록했다.
전날 하루 사망자는 164명이다.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정기석 교수는 "유행 정점을 볼 때까지는 현행 조치를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표명했다.
또한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도 "지금 완화를 논의하고 완화를 전제로 방역 정책을 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최근 방역완화 기조를 밝히면서 오미크론의 치명률을 계절독감 수준과 비교하는 언급을 반복적으로 하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쓸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다 해체해 놓은 마당이니 정부는 의료체계 여력에 한계가 왔음을 인정하고 의료체계 붕괴 직전의 상황을 국민들께 솔직히 고백하고 감염 예방 노력에 동참해주시기를 호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감의 치명률과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은 이제 닥치십시오. 언제 독감이 확진자 기준으로 하루 40만명씩 발생해본 적이 있나요?"라며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한달 간 오미크론 치명률이 0.1% 이하로 계절독감 치명률(0.05∼0.1%)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면서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도 전했다.
정부는 17일까지 유행 상황을 지켜보고 각 분야 의견을 수렴해 18일 중대본 회의에서 새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의 일관된 거리두기 조정원칙은 '방역과 민생'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번 유행의 정점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마지막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손 반장은 "정점이 예측대로 형성되면서 의료체계를 준비된 범위에서 대응할 수 있다면 이번 위기가 코로나19 전반 대응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의 큰 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 또 특별한 변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안정적인 상황으로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예측보다 유행 규모가 커진 게 아니냐는 분석에 손 반장은 "최근 1주일 평균 확진자는 34만5천242명"이라며 유행 정점에서 신규확진자가 최대 37만2천명 발생한다는 예측도 '일평균'임을 유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 수가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오미크론 정점 시기 수치보다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손 반장은 "확진자 규모보다는 중증·사망 최소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망자 기준으로 한국의 사망자는 주요 국가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내세웠다.
지난 7일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미국 285명, 프랑스 208명, 영국 237명인데 한국은 17명이라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고재영 대변인은 "우리나라의 정점 상황은 미국·영국의 정점보다 높고 프랑스와 유사하며 이스라엘·덴마크보다 낮다"면서도 "10만명당 누적감염자수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번째로 낮다"고 설명했다.
사진= 여전히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