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0)씨는 최근 텔레그램에서 내 위치와 가까운 주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발견하고 대화방에 참여했다가 쏟아지는 성인 영상물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A씨는 "공공장소에서 무심코 대화방을 들어갔다가 갑자기 음란물이 나와 너무 당황했다"며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다 들어갈 수 있는 방인데 어린아이들이 볼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n번방' 사건으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로 이뤄지는 성 착취물 유포 문제가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텔레그램에서는 음란물이 무방비하게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일(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텔레그램 내 '주변 사람' 기능을 이용해 내 위치와 가까이 있는 다른 텔레그램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방에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올라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화방에 들어가자 음란물과 성인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가 계속해 올라왔다. 다른 대화방은 텔레그램이 자체적으로 음란물을 감지하고 차단해 '이 메시지는 성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당신의 기기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문제는 이런 대화방에 참여하는 데 어떠한 성인 인증 절차도 없다는 점이다. 미성년자라고 할지라도 텔레그램 계정만 있다면 음란물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또한 보안을 중시하는 텔레그램 특성상 정체를 감추고 대화방에 들어온 이용자들이 마구잡이로 음란물을 올리고 대화방을 나가거나 방을 폭파하면 이를 추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텔레그램을 이용한 음란물 공유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만큼 정부와 수사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는 "n번방 사건을 비롯해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텔레그램이 점점 보안성을 강화하면서 범죄자들은 더 그곳으로 모일 텐데 정부와 수사기관이 나서서 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탁틴내일 이현숙 상임대표는 "텔레그램은 그 특성상 범죄행위가 많이 일어나거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상대를 특정하기 어려워 청소년에게 안전한 공간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성인 인증 절차 등을 통해 청소년이 이용하는 데 제한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음란·선정성 정보 심의를 주관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해외 SNS 사업자를 규제하는 데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심의를 통해 불법 정보로 판단한 자료에 대해선 시정 요구를 하고 있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오픈 대화방이나 단체대화방에서 불법 정보나 심의 규정을 위반한 사안이 발견되면 해당 자료에 대해선 시정 요구를 하고 텔레그램에 지속해서 원 정보와 대화방이 삭제될 수 있도록 협조 요청도 하고 있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