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순수 독자 기술의 집약체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지난 21일 우주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누리호는 15분에 걸친 비행 끝에 위성 모사체(가짜 위성) 분리에 성공하며 700km 궤도 진입에는 성공했으나 끝내 위성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톤 이상 실용급 위성을 쏴 올릴 수 있는 기술력을 보여줌으로써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대열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 장관은 "누리호의 전 비행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다"면서 "다만 위성 모사체가 700km 고도 목표에는 도달했으나 7.5km/s 목표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대국민 브리핑에서 언급했다. 

앞서 누리호는 발사 당일 완벽한 이륙 준비를 위해 만반의 준비 과정을 거쳤다. 잠정 예정 시각이던 오후 4시보다는 1시간 늦춰지면서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발사 시각은 다소 미뤄졌지만 과정은 철두철미했다. 누리호는 오후 3시 35분 연료 탱크 충전을 완료했으며 오후 4시 5분에는 산화제 탱크 충전을 끝냈다.

이어 오후 4시 24분 발사체 기립 장치 철수를 진행했고 오후 4시 50분부터 10분간 발사자동운용(PLO)을 가동한 뒤 이륙 준비를 끝마쳤다.

마침내 오후 5시 정각, 누리호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발사됐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발사 후 127초가 지난 오후 5시 2분께 누리호는 고도 59km에서 1단이 분리됐다. 이어 오후 5시 4분에는 누리호에 탑재된 위성모사체(더미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인 페어링이 분리됐다.

같은 시각에 2단 엔진 정지에 이어 3단 엔진 점화도 확인됐다. 오후 5시 6분 누리호는 비행 고도 500km를 돌파했고 5시 8분에는 비행 고도 600km에 진입했다.

누리호는 최종 단계로 평가받는 위성모사체 분리까지 수행한 뒤 700km 궤도에 이르렀으나 3단 엔진 조기 연소 종료로 인해 모사체의 해당 궤도 안착에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임 장관은 "누리호는 이륙 후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등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으나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 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고 실패 이유를 전했다. 

하지만 첫 발사임을 감안하면 주요 발사단계에서 성공적인 이행 과정을 확인했다면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또한 임 장관은 "국내 독자 개발 발사체의 첫 비행시험으로써 주요 발사단계를 모두 이행하고 핵심 기술을 확인하는 등 의의를 남겼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저궤도인 600~800km 상공에 투입하기 위한 3단 발사체다. 엔진 설계에서부터 제작·시험·발사 운용까지 모두 순수 우리 기술로 이뤄졌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010년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 발사체 기술개발 자립을 우주 개발의 전략목표로 채택해 현재까지 총 1조 9572억원을 투자하는 등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을 추진해 왔다.

누리호 1단부는 75톤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돼 300톤급의 추력을 내는 핵심기술이 적용됐다. 발사를 통해 1단부 비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을 확인했고 1단과 2단, 페어링, 2단과 3단의 성공적 분리와 점화를 통해 단분리 기술을 확보한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발생한 3단 엔진의 조기 종료 이유에 관해 조사에 착수하고 동시에 기술 보완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임 장관은 "정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의 조기 종료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2차 발사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국산 1호 누리호 발사에 대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누리호 발사과정을 참관한 후 "발사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 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없이 이뤄졌다"며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며 "발사체를 우주 (고도) 700㎞ 지점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1차 발사에 실패했던 부분을 보완해 내년 5월 2차 발사를 통해 재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하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주를 향한 꿈을 한층 더 키워나간다면 머지않아 우주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의 성공을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연구진과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정부는 향후 차세대 소형 위성 2호, 차세대 중형위성 3호, 열한기의 초소형 군집위성 등 현재 개발중인 인공위성들을 누리호에 실어 우주로 올려보낼 계획이며 2027년까지 다섯번에 걸쳐 누리호를 추가 발사한다.

문 대통령은 "향후 10년 동안 공공 분야에서만 100기 이상의 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라며 "누리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발사체 개발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