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가파르게 오르던 아파트값이 한동안 조정기를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신고 건수는 이날까지 총 2천144건으로, 2천건을 갓 넘겼다.
부동산 매매 신고 기한은 계약일로부터 30일로, 9월의 경우 10월 17일까지 신고 건수가 3천85건, 7월·8월 거래량은 각각 익월 17일까지 3천213건, 3천489건이 신고된 것과 비교해 동기간 신고 건수가 지난달 들어 1천건가량 감소한 것이다.
10월 거래 물량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감안해도 월 거래량은 3천건에 미달해 올해 2월(2천454건) 이후 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월 거래량이 2월보다 많으면 8개월 만에, 2월보다 작으면 올해 1월(1천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게 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8월 3천861건을 정점을 찍은 뒤 9월 3천369건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 추세다.
최근 실거래가 상승세로 전고점의 80∼90% 이상 회복한 아파트들이 늘어나자 고점 인식 부담에 자칫 "상투를 잡을 수 있다"는 심리적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상승하고, 정부가 9월 말부터 6억∼9억원 이하 주택에 해주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중단하면서 매수세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의 주택 매수자를 지원하지만, 이를 통해 매도자에게 그간 안팔리던 집을 팔고 9억원 초과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거래 순환을 이끌었다.
그러나 대출 축소 이후 정부 정책이 규제 완화 일변도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거래량이 감소하며 매물은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16일 기준 7만8천519건으로, 연중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던 8월의 매물 건수가 6만9천대였던 것에 비하면 1만건가량 증가했다.
아파트값도 약세가 시작됐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떨어져 7월 넷째 주(-0.02%) 이후 15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는 서울 아파트값이 이번 주 0.05% 올라 2주 연속 같은 수준이나 한달 전(0.09%)에 비해 오름폭이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또 인천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4% 떨어져 지난주(-0.02%)에 이어 2주 연속 하락했고. 경기도도 상승 폭이 4주 연속 둔화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런 기류는 실거래가지수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지난 9월(0.87%)까지 9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10월 잠정지수는 전월 대비 0.5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잠정지수는 해당 월의 일부 거래량만 집계된 것이어서 확정 결과와 차이가 있지만, 서울은 물론 수도권과 전국의 10월 잠정지수도 일제히 0.58%, 0.47% 떨어져 하락세가 본격화될 분위기다.
실제 그간 가격 상승을 견인했던 강남권에서는 하락 거래들이 늘어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 전용 84.8㎡는 지난달 23억5천만원에 거래돼 9월에 팔린 24억원에 비해 5천만원 하락했고, 트리지움 전용 84.95㎡도 이달 초 22억4천만원에 판매돼 지난달 초 직전 거래가격(22억9천500만원)보다 5천만원가량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당분간 조정기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분양시장에도 지방과 수도권 고분양가 단지 위주로 청약률이 떨어지고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이상 기류들이 감지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진 않더라도 그동안 가격이 크게 오른 지역부터 일부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