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자부담 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가 안정되지 못하고 고공행진이 이어지며 '전세 세입자'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시중은행의 전날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연 5.34~7.37%였다.
같은날 연 5.29~7.13%인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상·하단 금리가 높았다.
가뜩이나 높은 전세보증금에 시름하는 세입자들은 고금리까지 짊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1억2000만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30대 회사원 A씨가 부담하는 금리는 6개월 전 연 3.7%에서 최근 6.5%로 올랐다.
이자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부담이지만 이제 1년 남은 전세계약도 문제다.
A씨는 "요즘 전세가격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급매 위주지 아직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반면 금리는 내년까지 계속 오른다고 하니 당장의 이자도 걱정이지만 계약이 끝나는 내년이 더 걱정이다"고 설명했다.
금리 부담이 이어지자 은행들이 전세대출 금리를 낮추기도 했지만 변동금리 비중이 90%를 넘는 전세대출 특성상 준거금리인 코픽스가 뛰면 큰 소용이 없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지난달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3.98%로 공시를 시작한 지난 2010년 2월(3.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안심전환대출'은 도화선이 됐다.
안심전환대출은 고금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연 3.8~4.0%의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대환상품이다.
현재는 집값 6억원 이하 차주들이 대상인데 내년에는 집값 9억원 이하 차주까지 기준을 확대할 예정이다.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선 전세대출 차주를 중심으로 "역차별"이라는 비판부터, "전세대출도 안심전환대출로 대환할 수 있냐"는 문의까지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세자금 변동금리대출의 고정금리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안심전환대출을 전세대출까지 넓히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과 다르게 전세자금대출은 주택이라는 '담보물'이 없고 대출기간도 짧아 안심전환대출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차주들이 기댈 곳은 '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금융상품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저희가 민생대책을 통해 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통해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전세대출의 보증한도를 2억원에서 4억원까지 올렸고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연말까지 동결하는 등 지원을 확대할 생각"이라며 "전세대출과 관련해 저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서 필요한 지원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책상품의 경우 청년·취약차주를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한계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사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빌라촌의 모습 / 출처= 네이버 이미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