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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7연속 동결…성장·가계부채 '딜레마'에 열달째 3.5%

박현민 기자 입력 : 2023.11.30 수정 : 2023.11.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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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2·4·5·7·8·10월에 이어 30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묶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낮출 만큼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금리를 높여 소비와 투자를 더 위축시키고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위험을 키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결정의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지만 기조적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이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큰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와 관련해서는 "수요 압력 약화,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 영향 등으로 기조적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상보다 높아진 비용 압력에 지난 8월 전망 경로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기에 대해서는 "앞으로 수출 회복세 지속 등으로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은 8월 전망치에 부합하는 1.4%로 예상되고 내년 2.1%로 높아지겠지만, 국내외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와 더딘 소비 회복세 영향으로 지난 전망치(2.2%)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금통위는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이후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 2월 동결로 깨졌고, 3.5% 기준금리가 이날까지 약 10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한은이 7연속 동결을 결정한 것은 성장 부진 속에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만 계속 커지는 '딜레마'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기존 1.4%를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2.1%로 낮춰 잡았다.

 

 

10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도 생산(-1.6%)·소비(-0.8%)·투자(-3.3%) 지표가 모두 전월보다 뒷걸음치면서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가 1.6% 하락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금통위 회의에 앞서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반도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고물가·고금리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투자가 계속 부진할 것"이라며 "이처럼 경기와 자금시장 등이 아직 불안해 한은으로서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의 양호한 물가 지표 등으로 미뤄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점,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돼 당장은 물가 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은 점도 한은의 인상 압박을 덜어줬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를 보면 미국의 12월과 내년 1월 금리 인상 확률이 '0'으로 나온다"며 "그만큼 시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확신한다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이유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기 부양 효과 등을 고려해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4월 이후 가계대출이 계속 빠르게 불어나는 데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져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천억원이나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천억원 뛰었다. 11월에도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27억8천만달러, 10월 말 원/달러 환율(1,350.5원)을 기준으로 약 3조7천544억원 순유출됐다. 한국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들어온 자금보다 많았다는 뜻으로, 8월(-17억달러)과 9월(-14억3천만달러)에 이어 3개월째 순유출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 따른 유가 불안 가능성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까지 아직 남아 있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한은 역시 이날 '높아진 비용 압력' 등을 근거로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2.4%에서 2.6%로 올렸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한은의 고민이 내년 상반기께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 소장은 "연준은 내년 5월이나 6월 인하를 시작할 것 같고, 한은은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7월 정도 낮추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다만 소비지출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 미국의 인하가 5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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