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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을 가진 자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3.05.22 수정 : 2023.05.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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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될 우리 국민

[사유를 위한 空間(44)] 두 얼굴을 가진 자

 -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될 우리 국민 -

두 얼굴 칼럼

[출처 = 연합뉴스]

 

자칭 미술 애호가인 필자는 한국 근현대기 이전의 미술가 중에서는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1806)와 겸재 정선(鄭歚, 1676~1759)을 단연 으뜸으로 생각한다. 이 두분의 조상님은 가히 동시대 서양을 견주어 봐도 주제 및 기법, 표현에 있어 독보적인 탁월함을 보여주는, 세계 속에 당당히 자랑할 만한 실로 놀라운 위인(偉人)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 지명 중에 역사적 위인과 관련하여 지은 경우가 거의 없는데, 경기도 안산시에는 반갑게도 ‘단원구’가 있다. 1745년에 단원 김홍도가 이곳(당시 안산구)에서 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반가운 곳에 하필 때아닌 악인이 출몰하여 벌써 4년째 국회의원으로 지역을 대표하고 있다. 그것도 보통 악인이 아니다. 웬만해서는 흉내 내기 힘들 정도의 내공과 공력을 가진 인물인데, 이름하여 ‘김남국’이란다.

 

궁중 화가였음에도 시대와 민중을 대표하고 대변한 그림을 남겼던 김홍도 조상님에게 한껏 먹물을 뿌리는 이 사람은 ‘선동’과 ‘내로남불’, ‘아니면 어때 식의 아무말 대잔치’에 있어서는 지구상 80억 인구 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독보성과 강인함, 그리고 뻔뻔함을 보여준다.

 

김남국의 지역구는 하필 ‘단원 고등학교’가 위치한 곳이다. 단원고라...기억나는가? 아마 2010년대를 지나온 국민 중에서 아기나 어린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단원고의 이름을 모를 수는 없을 것이다. 세월호의 아픔과 슬픔을 겪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필자는 두 눈을 씻고 다시 살펴본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김모 국회의원의 안산시 단원구(을)를 지역구로 하는 동네에 걸려 있다는 현수막 사진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현수막을 걸어놓은 장소 또한 참으로 절묘했다. 청소년들과 학생들이 빈번하게 통행하는 고등학교 인근의 사거리에 떡하니 걸어 놓았다. 이것이 의도가 빤히 보이는 ‘고의’인지는 모르겠다. 필자는 안산시와 단원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직접’ 겪지 않으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 지론이기 때문에 살아본 적 없는 안산과 단원구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그곳에 사는 지역민들이 주로 어떠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국가와 사회, 정부에 대해 어떠한 생각이 주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공통적으로 지역마다 정치 선동가들이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며, 선동성이 강한 정치인들이 자리하고 있는 탓에 그들에게 영향을 더 쉽게 받고, 세뇌(洗腦, brainwashing)를 당하기 더 용이한 지역이 있다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다.

 

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김모 국회의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모 국회의원의 실체가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 이상, ‘그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야, 검찰이 조작한 거야, 나쁜 정부가 실정이 가리기 위해 공작한 거야’라고 하는 실로 가슴 아픈 ‘자기최면’에서는 제발 헤어 나오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어느새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거짓을 일삼고, 선동을 일삼으며 뒤로는 자신의 안위와 사리사욕만을 채우는 정치인에 대한 심판은 오로지 그 지역의 시민들만이 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안산시 단원구만의 과제가 아니다. 전국 어디든 동일한 문제다. 이점을 반드시 생각해서 시민들은 가장 소중한 ‘자기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Representative Democracy) 사회에서는 이것이 유일한 시민의 권리이자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간절히 부탁드린다.

 

아, 그러고 보니 독자들께서 궁금하시겠다. 앞서 언급한 안산시 단원구에 걸려 있는 현수막의 내용은 이렇다.

 

“윤석열의 퍼주기 노래방 외교, 점수는요? 0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앞에서 망신당한 ‘이모’와 ‘오스트레일리아’ 발언이야 코인 거래를 하느라 바빠서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지역구에까지 이렇게 수준 낮은 현수막으로 장식하는 모습에서 필자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었다. 이것이 정녕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수준이라는 말인가?

 

국회의원 개개인의 수준은 그 정당의 수준을 보여준다. 안산시 단원구의 현수막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나라는 가히 ‘현수막의 천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상업적 광고는 물론이고 공연이나 행사 등을 알리는 현수막들이 온 거리를 뒤덮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당들의 정치적 선전 구호가 담긴 현수막들이 무차별적으로 거리에 내걸리면서 무질서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최첨단의 통신수단이 자리 잡은 21세기에 여전히 현수막과 같은 원시적 방법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정당들의 사고방식이 놀라울 뿐이다. 아니지, 이러한 현수막 선동이 통하고, 또 거리의 미관을 철저하게 해쳐도 그것을 문제라 생각하지 않는 우리 국민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 수도.

 

난무하는 정치 현수막의 내용은 실로 가관이다. 앞서 단원구의 경우처럼 선동적인 구호는 보통이고, 자극적인 표현이나 거의 욕설에 가까운 것도 있어 보는 사람들의 낯을 뜨겁게 한다. 현수막을 설치하는 이유는 일반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인데, 이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불쾌함 그 자체다. 지지는커녕 오히려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극렬 지지층은 강렬한 문구를 보면서 통쾌할지 모르지만, 상식을 가진 보통의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빙자로 무제한의 현수막을 허용하고, 자극적이고 혐오적인 표현을 통해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오늘날 우리 정당과 정치인들의 수준이다.

정치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지만, 정당의 목표는 당연히 ‘권력의 획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래서 정당은 유권자들이 다양한 요구를 결집(Interest Aggregation)하여 정책으로 제시하는 것이 본래의 기능이다. 그런데 유권자들의 이해는 매우 다양하고 상이하기 때문에 정당은 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쉬운 길이 아니다. 어느 집단도 자신의 이익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대립하는 이익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당들은 타협과 조정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갈등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허접한 수준의 정치 현수막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다수의 일반 유권자들을 의식하는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중도적인 다수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이런 행태가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고 있다. 이는 정당들이 국민은 안중에 없고 극렬 지지층만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 된 지 오래다. 이런 나라를 이끌어 가겠다는 정당들이 3류 후진국에서도 볼 수 없는 ‘현수막 정치’를 벌이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자괴감이 든다. 국민들은 무한정 인내하지 않는다. 정치와 정당에 대한 혐오감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정당의 수준을 높여야 할 것이다. 우선 저급한 현수막과 수준 낮은 ‘함량 미달’의 정치인 부터 걷어내는 것이 좋겠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더 이상 ‘가짜 정치인’들에게 속지 말기를 바라며, 경각심을 갖고 바라보아야 할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함량 미달의 대표적 정치인, 김남국에 대한 스케치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은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상경해서 라면만 먹고 살았다. 100만 원 버는 게 소원이었다.”

“아끼느라 몇 년째 구멍 난 운동화만 신고 다닌다, 국회 구내식당도 종종 이용한다.”

“매일 밤마다 조국(曺國)을 위해 기도한 후 잠자리에 든다.”

 

국회 수준을 사상 최악으로 떨어뜨린 김남국의 말이다. 필자는 조국을 위해 기도한다는 말에 무릎을 탁 쳤다. 개인의 일탈과 부정, 비리임에도 사회를 양극단으로 나뉘어 지게 하며 혼란 속에 빠뜨린 ‘조국 사건’으로 국회의원 베지를 달았으니 얼마나 조국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클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우리 국민들은 이상하리만큼 감정에 약하다. 분명 우리나라에는 법이 있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조국 일가의 범죄 행각이 드러났는데도 결과를 믿지 않는다. 자녀 입시 서류 위조 부정으로 부인에 이어 형이 확정되고 있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 건’ 김남국은 위선의 내로남불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한국형 거짓 좌파’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돈과 권력’에의 추구다.

김남국은 ‘읍소’ 후원금 모집에도 일타 강사였다. 그들의 징글징글한 전매특허, ‘가난 코스프레’로 말이다. 글을 쓰면서도 역겨움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좋지 않다. 가난하지 ‘않고’ 가장 부유한 이들에게, ‘가난한’ 이들이 후원하는 모습이 그려져서다. 더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김남국이 열심히 ‘수금’을 한 시점이 60억 원대 코인을 인출한 직후다. 3억 원을 훌쩍 넘겨 여야를 통틀어 1등 수금자가 되었다. 얼마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은 1~2개월 사이 거액의 가상 화폐가 움직인 이 코인 투기 행위를 이상 거래로 보고 검찰에 통보, 서울지검이 수사에 들어갔다.

 

김남국의 코인 보유 사태의 법적 문제 핵심은 ‘자금 출처’와 ‘이해 충돌’이다. 국민들은 본질을 호도하는 그의 변명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는 이 화폐를 ‘코인 실명제’가 발효되기 직전에 전량 인출(그는 이체라 주장) 했다. 흔적을 지워 버린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국회의원 배지를 당장 반납해도 모자라다.

 

그런데도 그는 불법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국회의원 재산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뿐이다. 투자금은 주식을 매도한 대금으로 마련했고, 투명하게 진행됐다. 일부만 현금화했고 대부분을 여전히 코인으로 보유 중이다. 거래소를 바꾼(이체한) 것뿐이다.”

 

천 번 양보해 그의 말을 그대로 믿어준다 해도 김남국은 매도 전 주식에 대해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그게 왜 재산 신고에서는 빠졌는지도. 그리고 현재 보유 중인 코인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국민의 혈세로 살아가는 ‘공직자’로서의 자세다.

 

사실 김남국은 이미 이해 충돌로 실정법을 위반했다. 이것만 해도 의원직 박탈감이다. 그는 2년 전 노웅래 등 민주당 의원 9명과 함께 가상 자산 소득 과세 유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놀라지 마시라, 개정안까지도 김남국이 ‘대표’ 발의자였다).

 

‘국회법’과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법’은 국회의원 본인과 가족 이익을 위한 법안 발의는 물론 해당 안건은 심사조차 못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리사욕을 위해 투기도 하고 관련 법도 발의한, 두 얼굴의 그는 자신의 행위가 이해 충돌이 아니라고 애써 강변한다. 법 발의도 멋대로, 해석도 자기 멋대로다.

 

“법률적으로 이해 충돌에 해당하지 않는다. 만약 과세했더라도 (코인이) 폭락해서 혜택을 실질적으로 보는 게 아니었다.”

 

국민이 놀라고 분노하는 것은 국회의원 개인이 돈을 벌고 안 벌고, 이익이 났냐 손실을 입었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고, 상식의 문제다. 오죽하면 같은 당 국회의원들까지도 “코인으로만 수십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신고조차 하지 않았는가?” 하고 성토할 정도다.

여전히 김모 의원은 자신의 양심과 국민에 대한 일말의 사과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아마 수사를 통해 모든 범죄가 드러나야, 그때 서야 얼굴에 쓰고 있는 ‘쇠로 만든 낯가죽(鐵面皮)’을 벗을 생각인가 보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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