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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투자자입니까, 투기꾼입니까?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3.05.21 수정 : 2023.05.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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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에서

[돌고 도는 돈 이야기(40)] 당신은 투자자입니까, 투기꾼입니까?

- 투자와 투기의 경계선에서 -

투자 투기 칼럼

요즘 가상(암호)화폐를 두고 투자냐 투기냐의 논란이 뜨겁다. 무엇보다 제1야당 대표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이른바 ‘이재명 키즈’라 불리는 김남국 의원의 60억 원대 코인 투자가 불을 지른 모양새다. 김 의원은 가상화폐인 ‘위믹스 코인’을 보유 및 매도하고서도 고위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이를 누락시킨 데다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유예 법안’을 앞장서 발의해 이해충돌 의혹까지 받고 있다.

 

급기야 모 언론사는 김 의원의 가상화폐 지갑 주소를 분석한 결과, 김 의원이 주장하는 80만 개의 위믹스 코인 보유가 아닌, 실제로는 127만 개 약 100억 원에 이른다는 기사를 송출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돈이 없어 라면만 먹었다, 찢어진 운동화만 신고 다닌다”는 김 의원을 향해서 ‘내로남불의 전형’, 또는 ‘서민 코스프레 전문가’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렇다면 투기와 투자는 무엇이 다른 걸까? 우선 ‘투자(投資)’라고 하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으로 용인 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떳떳하게 자본을 운용한다는 느낌을 준다. 쉽게 말해 투자는 ‘좋은 것’이고, ‘투기(投機)’라고 하면 이름부터 어딘가 당당하지 못하고 잘못된, ‘나쁜 것’이란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 간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아도 그렇다. 투기의 사전적 정의는 ‘기회를 엿보아 큰 이익을 보려는 짓’ 또는 ‘시가(時價)의 변동을 예상하고 그 차액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거래’라고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투기라는 것이 얼마나 옳지 못한 것이면, 오죽하면 이익을 ‘보려는 행위’도 아니고 ‘보려는 짓’이라 썼을까?

 

이처럼 투기란 시세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매매행위다. 다시 말해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물건을 사고 단기간에 이득을 남기고 파는 것을 뜻한다. 이 지점에서 실제로 그 물건이나 재화가 필요해서 구매하는 ‘실수요’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시장은 실수요만으로 굴러갈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실수요만 있으면 사려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어 상인이 물건을 많이 팔지못할 뿐 더러 가수요가 없어서 생산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차질이 발생해 예기치 않은 공급부족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얄밉지만 실수요자가 아닌 이들의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매매행위가 필요할 때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삼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솝 우화>에는 이러한 일화가 있다.

 

한 농민이 암탉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다. 그는 암탉을 참 애지중지했는데, 통통하고 건강한 암탉이 날마다 신선한 달걀을 하나씩 낳아 주었기 때문이다. 암탉이 달걀을 낳으면 주인은 그것으로 맛있는 반찬을 만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달걀을 모았다가 시장에 팔아 다른 물건을 사기도 했다. 더구나 이 암탉이 낳는 달걀은 크고 맛이 좋았기 때문에 특별히 비싼 값에 팔렸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주인은 욕심이 생겼다. ‘암탉이 달걀을 하루에 한 번 밖에 낳지 않으니, 하루에 한 번 밖에 달걀을 먹을 수 없구나. 게다가 며칠 동안 모아도 겨우 시장에 내다 팔 정도이니 암탉이 알을 더 많이 낳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인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래, 먹이를 두 배로 주면 달걀도 두 배로 낳을 거야.’

 

이윽고 주인은 암탉의 먹이를 두 배로 늘렸다. 암탉은 금방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주인은 ‘이제 몸이 불어났으니까 알도 많이 낳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흐뭇한 마음으로 암탉이 여러 개 알을 낳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지나치게 몸이 불어난 암탉은 비만 합병증에 걸려 하루에 하나씩 낳던 알조차 낳지 않게 됐다. 하루에 한 개씩 달걀을 먹었던 주인은 그마저도 먹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배를 곪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투자와 투기는 형제다. 둘 다 ‘투’자 돌림이고, 끝 글자만 다를 뿐이다. 둘은 고향도 같다. 그들의 고향은 시장(market)이며, 같은 곳에서 자랐지만 성격은 판이하다. ‘투자’라는 친구는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이뤄 차분하고 얌전한 편이다. 그러나 ‘투기’라는 녀석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강해 변덕스럽고 거칠다. 그래서 시장은 ‘투기’ 때문에 속을 썩는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balance)’이다. 시장은 예기치 않게 요동치며, 급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등 갈피를 종잡을 수 없게 하다가도 결국은 사는 쪽과 파는 쪽이 팽팽한 균형점으로 돌아온다. 만약 균형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될 경우, 공급자는 많이 공급하고 소비자는 적게 소비한다. 이 때문에 물건은 넘쳐나게 되는데, 사려는 사람이 부족해 결국 공급자는 다시 가격을 내린다. 이렇게 해서 ‘균형점’이 회복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균형점보다 가격이 낮으면 공급자는 덜 생산하고, 소비자는 더 사려고 하니 가격은 다시 올라간다. 이처럼 낮은 가격에 사고 비싸면 파는 것이 ‘자연스러운’ 투자다.

 

투기는 이와는 정반대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더 소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은 더 올라간다. 이것이 바로 ‘거품(bubble)’이고,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는 법이다. 그러나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터지고 나서야 ‘아, 그게 거품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인식할 뿐이다. 만약 가격이 지속 떨어지면 어떨까? 투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 부동산 시장이 꼭 그랬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2016년 12월부터 쉼 없이, 그리고 빠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사람들은 너도나도,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을 사려고 했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오죽하면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천만 원씩 올라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었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사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것, 이것이 바로 ‘투기의 정체’이자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 다시 말해 자신만 뒤처지고 놓치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가리키는 포모(FOMO) 증후군의 전형인 것이다.

 

이처럼 투자와 투기는 사람들의 ‘기대’와 ‘욕심’을 먹고 자란다. 가격이 오르리라는 기대가 없으면 투자나 투기나 꿈쩍도 안 한다. 투자는 균형 가격보다 더 떨어졌으니 최소한 그 가격을 회복할 때까지 오르리라는 기대 때문에 생긴다. 시장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이므로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투기는 ‘지금까지 올랐으니 앞으로도 오를 것이다’라는 기대 때문에 생긴다. 투기는 시장 과열을 빚고 경우에 따라서는 참여자 모두를 루저(loser)로 만드는 문제아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투성이인 ‘투기’라는 녀석이 자라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먼저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 또 시중에 돈이 넉넉하게 풀려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과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 벗어나 저금리로 기조가 바뀌면 투기는 언제든 준동할 태세를 갖춘다.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어디인가 돈을 굴리고 싶어 한다. 그 대상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가상화폐든 무엇인지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럴듯한 미래 전망이나 다른 사람의 성공담 같은 투기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더 중요하다. 몇 해 전부터 부쩍 ‘가상화폐 투기<물론 본인들은 절대 투기라 생각하지 않지만>를 통해 단 며칠 사이 수 배 폭등하면서 힘들이지 않고 큰돈을 벌어 일찍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고 은퇴했다’는 이야기들이 언론에 자주 나온다. 어느 누가 적게 일하면서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그저 그럴듯하게 들리기만 하면 된다. 이제껏 가상화폐의 실체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망설이던 사람들도 ‘사자’ 대열에 올라탄다. 혹시 막차 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없지 않지만, ‘나는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러면 시장엔 더 많은 돈이 몰리고 가격은 폭등한다.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미래에 대한 전망은 더욱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시장은 이제 ‘폭탄 돌리기’ 게임에 접어든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나머지 제때 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거래는 계속되고 폭탄은 마지막 투자자의 손에서 터지고 만다. 자기 과신, 헛된 희망, 욕심 등이 어우러지며 시장은 재앙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 재앙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개인’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1929년의 대공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시장이 파국을 맞을 때마다 희생양이 된 것은 언제나 개인들이었다. 최근 광풍이 몰아친 가상화폐도 거품이 끼었는지 알 수 없지만, 거품이 꺼진다면 그 피해는 개인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것이다. 이미 우리는 설계부터 사기성이 농후한 루나, 테라 코인 사태를 목도하지 않았는가?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는 주식시장에서도 한순간에 큰돈을 벌려다가 있는 재산마저 탈탈 털리는 투자자가 부지기수다. 시장은 투기의 유혹이 똬리를 틀고 있는 곳이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다간 유혹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투기에 의해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 ‘장기 투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과거 20년간 코스피 지수 궤적을 그려보면 1997년 IMF 외환위기, 2000년대 닷컴 버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험한 세월을 겪었으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은 조금씩 고점을 경신하며 상승했다. 굵직한 악재가 터져도 3년만 지나면 원래 주가 수준을 회복하며 상승곡선을 그려 갔다. 물론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과거 지수의 움직임이 미래에도 되풀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주식 투자는 분명 참여자들 간의 ‘심리 게임’이고 주가를 만들어 가는 것은 ‘군중심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투자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은 필자의 글에 단골로 등장하는 투자자들의 영원한 구루(guru),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 1906~1999)의 금과옥조(金科玉條)를 다시금 가슴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라. 한 10년 뒤에 깨어나 보면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투자자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행동을 취하는 것보다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깊이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

 

“투자에서 얻은 돈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돈, 즉 고통 자금이다.”

 

“이자율이 낮으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다이빙하듯이 주식시장으로 점프하라.”

 

“주식시장에서 바보보다 주식이 많으면 주식을 사야할 때고, 주식보다 바보가 많으면 주식을 팔아야 할 때다.”

 

“주식시장의 90%는 심리가 지배한다.”

 

“주식 투자는 부(富)와 파산(破産)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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