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본


오피니언 > 칼럼

‘나’를 위한 일이 곧 ‘조직’을 위한 길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3.02.01 수정 : 2023.02.01 18:00
https://newsborn.co.kr/news/news_view.php?idx_no=14746 뉴스주소 복사

혼다의 경영철학, “우선 스스로를 위해 일(事)하라!”

뉴스본 칼럼

[사유를 위한 空間(19)] 를 위한 일이 곧 조직을 위한 길

- 혼다의 경영철학, “우선 스스로를 위해 일(事)하라!” -

 

일본은 우리 한국에게 있어 어떤 존재일까? 이 질문에는 실로 수 만 가지 유형의 답이 존재할 것이다. 그만큼 일본에 대해 정의(定意)내리는 일은 복잡다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와 가장 근거리에 위치한 나라가 일본이기도 하고, 거리와는 정반대로 완전히 상이한 면면(面面)들도 많은 것이 바로 일본이다. 또 한쪽에서는 일본산(産) 제품과 기술에 대해 불매(不買)하자며 ‘노(NO)재팬’을 외치기도 하는 반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가 바로 일본이기도 하다.

 

지난해(2022)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이 100만 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일본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은 방문 수치라며 반색하는 표정이다. 며칠 전(1/21) 일본정부 관광국(JNTO)은 ‘2022년 방일외국인 통계’를 발표했다. 한국인 방문객은 모두 102만 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일본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21만 명에 그쳤다. 11월에는 38만 명, 12월 한 달 동안에만 46만 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찾았다. JNTO는 한국인이 전체 방일외국인의 약 40%에 해당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 유럽, 중국 등의 일본 방문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일본에게 배울 것이 많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더 이상 일본은 임금 수준 등이 우리 보다 높지 않다고 말하며 우리보다 우위에 있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크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일본과 연관된 아픈 역사가 있어서인지 일본에 대한 호감보다는 불편함이 여전히 큰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보니 일본을 비판하면 수월하게 긍정(肯定)의 주목을 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일본은 이미 19세기 중반에 본격적인 산업화에 돌입하여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일본은 기업경영 및 보유 기술에 있어서 독보적인 우수함과 탁월한 강점을 보이며 세계최초로 개발한 기술, 장비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기초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한 국가의 체력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노벨상’에 있어서도 우리는 아직 단 한 명의 수상자도 없는 반면(평화상 제외), 일본은 무려 2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점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어 일본은 뛰어넘기 힘든 국가임을 외면할 수 없게 한다.

 

현재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수는 아시아에선 단연 1위로 독보적인 수준이며, 21세기에 들어서부터는 수상 빈도가 늘어나 노벨상 과학 분야에서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는 서구권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19세기 후반부터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시작해 매우 빠른 속도로 따라잡은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일본의 중심지는 도쿄(東京)다. 도쿄는 현대 일본의 수도(首都)이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도 전국시대(戰國時代, Sengoku Jidai)이후 명실상부한 열도의 중심부였다. 필자는 일본의 기업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자 소니, 혼다, 도요타, 코마츠, 미쓰비시 등 대표적인 일본 기업들의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본 글에서는 ‘혼다 소이치로’라는 걸출한 리더(Leader)의 경영 방식을 통해 상생(相生)하는 리더십에 대해 살펴본다.

 

일본 도쿄도의 23개 구(區) 중 하나이자,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부촌(富村)이 있는 미나토구(港區, Minato City)에 위치한 혼다(Honda)의 본사 건물은 무심코 봤을 때는 일본의 여느 빌딩과 흡사했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혼다 빌딩은 특이하게도 각 층마다 발코니 구조가 있었다. 그 이유는 지진이 났을 경우를 대비해 건물의 창문이 깨졌을 때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라는 혼다 소이치로(Honda Soichiro, 1906-1991) 회장의 주문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를 주름잡으며 일본의 3대 자동차 메이커로 부상한 혼다의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파나소닉의 마쓰시타 고노스케(Matsushita Kounosuke, 18984-1989), 일본 교세라 그룹을 창업하고, 일본항공(JAL)을 재건했던 이나모리 가즈오(1932-2022)와 더불어 일본 경영(經營)의 신(神)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평소 혼다 회장은 기업과 함께 있는 지역 주민들을 배려한 경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일본인들의 마음가짐에서 한층 발전된 생각이었다. 또 혼다의 공장안에는 매점이나 생협(생활협동조합)이 없는데, 필요한 것은 회사 밖의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구입하라는 이유에서다.

 

또 경영 일선에 있을 때 혼다 회장은 공장장에게 회식비를 주며 “이 돈으로 지역의 번화가에 가서 술을 마셔라. 지방에 진출한 회사가 평판을 잘 듣기 위해서는 밤거리에 나가야 한다.” 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장 주위의 모든 거리는 지역 주민들이 밤길을 걸을 때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가로등을 밝게 켜도록 했다.

 

혼다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과 회사에 대한 ‘마인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애사심(愛社心)을 강조한다. 그러나 혼다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늘 “먼저 자기(自己)를 위해서 일하라”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애사심과 조직의 발전은 남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일한다는 듣기 좋은 말로는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혼다는 “각자가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일하다 보면 애사심은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이는 조직전체의 목표달성과 번영으로 이어 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혼다는 자동차 정비 기술자(Engineer)로 출발했고, 무엇보다 ‘기술’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생각했다. 그래서 공장의 모든 직원들은 장인(Master)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여겼으며, 장인의 정신과 기술을 갖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을 위해 일해야’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직원이 장인이 된다면 그 기업은 어떠한 외부 환경의 변화에도 존립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며, 이러한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튼튼한 회사를 만들었기에 애사심은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는 논리를 폈다.

실제로 혼다는 1970년대부터 이어진 여러 차례의 석유 파동(Oil Shock)과 1997년 아시아 금금융 위기(Financial Crisis)나 2008년 글로벌 경제 침체(The Great Recession)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결과 ‘기술의 혼다’라는 말을 들으며 아시아 기업 최초로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미국 자동차 협회의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대기록을 남겼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후 혼다는 탁월한 기술능력과 마케팅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1990년대를 풍미했고 오늘에 이르게 된다. 아울러 최근(2022.8)에는 소니와 손을 잡고 앞으로 펼쳐질 전기차 시대를 위해 소니-혼다 모빌리티 합작회사(Sony Honda Mobility)를 설립해 아피라(Afeela)라고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이기도 했다.(CES 2023 발표, 2025년 출시)

 

한편, 혼다는 우수한 ‘기술’뿐만 아니라 ‘품질’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973년 사장직에서 물러나 은퇴하기 전까지 대기업의 창업주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최고기술고문’이라는 직함으로 기술연구 분야에 전념했다. 오늘날의 직함으로 대입해 보면 혼다는 회장(President)이나 CEO가 아닌 CTO(최고기술책임자)였던 셈이다.

 

이렇게 머릿속에 오로지 기술과 품질만을 담고 있던 혼다는 은퇴 전까지 대기업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제품의 성능을 직접 검사했다. 어느 날 한 신입 사원이 일일이 제품을 검사할게 아니라 통계적 기법을 써서 샘플들만 몇 개 뽑아서 검사하자고 제안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혼다는 호통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편할지 몰라도 재수 없게 하자가 있는 제품을 산 고객에게는 불량률이 100%인 셈이다. 어디서 그런 꼼수를 쓰려고 하는 건가.”

 

이처럼 고객만족과 지역사회 및 지역 주민을 배려한 기업경영을 강조했던 혼다는 1991년 세상을 떠날 때에도 유언치고는 참으로 독특한 한마디를 남겼다.

 

“내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가용을 타고 올 테고, 그렇게 되면 근처의 교통이 마비되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자동차 회사의 경영자로서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지.”

 

이러한 혼다의 유언에 따라 그의 장례식은 고객에 대한 답례회(答禮會)로 바뀌어 본사와 각 지역의 공장에서 나뉘어 열렸다. 일본 전역에서 열린 답례회에는 무려 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위대한 기업인, 혼다 소이치로를 추모했다.

 

오늘날에도 혼다 소이치로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유는 혼다의 목표가 기업의 ‘이윤 창출’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혼다는 직원 각 개인이 기술을 연마하여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 주민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회사를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혼다를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끝까지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기업이 되고자 했다.

 

이와 같은 혼다의 기술과 품질에 대한 강한 집착과 고객만족 정신, 그리고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는 지금도 혼다를 세계 일류 기업으로 불리게 하는 원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저작권자ⓒ 뉴스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다른글 보기 [email protected]

# 태그 통합검색

뉴스 댓글

  • 댓글 300자 한도

Newsborn 'PICK'



주소 : 부산광역시 남구 수영로 298, 10층 1001-408호 (산암빌딩) | 후원계좌 672101-04-381471(국민은행)
등록번호 : 부산 아00435 | 등록일자 : 2021년 9월 30일 | 발행일자 : 2021년 9월 30일
대표전화 : 1833-6371 | FAX : 0508) 911-1200 | E-mail :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및 후원문의)
제호 : 뉴스본 | 대표 및 발행인 : 배문한 | 편집인 : 이승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현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배문한

Copyright © newsborn,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