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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인구문제는 어떤 관계일까?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3.01.30 수정 : 2023.01.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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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미래 50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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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돈 이야기(17)] 경제와 인구문제는 어떤 관계일까?

- 골드만삭스의 <미래 50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

 

한 해가 시작되는 연초(年初) 이맘때쯤이면 기업이나 가정, 너나 할 것 없이 새해 살림을 꾸릴 계획으로 이런저런 경제전망을 참고하고 연구해보고자 열심히 미디어 등 각종 매체와 해외자료 등을 뒤지곤 한다. 그러나 작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라는 복합위기 여파로 인해 2023년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23.1) 세상에서 돈 냄새를 가장 잘 맡는다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에 걸친 긴 경제전망을 내놓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앞으로 반세기라니, 실로 아득할 따름의 긴 시간이지만 그저 당면한 위험에 고군분투하며 온갖 걱정을 하며 한두 해 버티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생존력과 기회의 모색이라는 측면에서 긴 시계열을 가지고 미래를 생각해 보는 것은 나름 현명한 태도로 보인다.

 

일단 골드만삭스가 제출한 장기전망은 부정적이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 2010년대 3.2%에서 2020년대에는 2.4%로 둔화하고, 다가올 반세기 후 2070년대에는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화의 둔화와 결부된 ‘생산성 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들이 주목한 것은 글로벌 전반에 걸친 ‘인구 증가세’의 둔화다. 아니, 두어 달 전 세계 인구가 드디어 80억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미래에는 인구가 줄어들 거라고?

 

물론 인구의 절대 수는 늘어가고 있지만, 인구 ‘증가율’, 다시 말해 인구가 증가하는 성장률과 그 속도는 이미 지난 50여년 새 연간 2%에서 1% 밑으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2070년대엔 인구 증가 성장률이 제로(0) 내지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도 최근 들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인도 등 제3세계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인구문제가 중장기 경제성장의 저해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위주의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로 생산가능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간병이나 부양 등의 부담으로 생산력이 잠식된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보자면 인구가 마냥 증가하는 것이 환영할 일만은 아니다. 이점에서 ‘인구관리’도 중요해 보인다. 또 노령화로 의료나 자동화, 자산관리 등 새로운 수요가 늘어나는 데다 건강수명 증가에 따른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등 생산 측면의 기여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인구의 빠른 노령화는 이른바 ‘수축 경제학(shrinkonomics)’이라는 새로운 경제학 트렌드를 이끈다는 게 지배적이다.

 

단, 앞서 언급했듯이 권역별로 사정은 제각각이다. 선진국과 달리 동남아시아와 남아메리카를 필두로 하는 신흥국들은 탄탄한 인구증가를 기반으로 여전히 유망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처럼 인구구조의 역학(力學) 관계에 따라 선진경제와 신흥경제가 수렴 내지 역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2035년이면 시장 환율 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하고, 2075년에는 인도가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야 이미 예견된 바지만, 인도네시아를 필두로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같은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제3세계 국가들마저 2050년대부터는 세계 경제의 선두를 다툴 것이라는 진단은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실로 믿겨지지 않는, 가히 천지개벽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은 어떨까? 골드만삭스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 2.0%에서 2030년대 1.4%, 2040년대 0.8%로 단계적으로 떨어지면서, 2060년대부터는 아예 마이너스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순위도 2022년 12위에서 2050년 10위권 후반, 2070년대에는 20위권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이미 감소세로 돌아선 ‘인구문제’ 탓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가 반영된 1인당 GDP로는 전망이 아주 양호하다. 2020년 3만 3,000달러에서 2075년이 되면 10만 1,800달러로 증가하면서 선진국 중에서도 탑 티어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사실 1인당 GDP라는 개념은 가치척도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러나 일국의 경제복리나 생활수준에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척도는 아직도 이 ‘1인당 GDP’로 평가되는 것이 사실이다.

 

자, 결론이다. 필자가 느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대한 골자는 이렇다. 인구감소에 따른 수축경제의 압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한국 경제의 향방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나 꼭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단, 작금의 인구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미래는 어두울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는 생각으로 귀결된다. 

 

물론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대로만 세상이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1-2년 뒤의 일도 예측하기 힘든 게 현실인데, 50년의 오랜 시간을 두고 미래를 정확하게 그리는 일이란 불가능 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보고서의 함의(含意)와 진가(眞價)는 바로 ‘인구’ 분석에 있다. 인구와 경제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이 시점에서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지금 태어난 신생아들이 최소한 20-30년의 시간이 지나야 경제 주체, 생산 주체가 되기 때문에 현 상태의 인구 구조가 고착화된다면 우리의 경제 성장률도 점차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혹자들은 인구문제를 가리켜 ‘확정적 미래’, 또는 ‘결정된 미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한국은 명실상부한 강소국(强小國)이자, 원부자재 수입 및 중간재, 완제품 수출로 국가가 운영되는 실로 완전무결한 ‘개방경제’ 국가다. 여기에 우리의 국토가 늘어날 가능성도 없고, 드라마틱하게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 역시 없으므로 앞으로도 ‘강소국’이라는 구조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세계 경제의 지각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지만,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미래 유망시장에 대해서도 선제적 관심과 대비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합계 출산율이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곳 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합계 출산율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으나, 학자들은 0.74명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출산 정책 대안 마련은 어찌 보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하겠다. 언급했듯이 인구성장이 곧 경제성장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7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가 처한 ‘인구절벽’ 문제와 관련해 기회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관계 부처 공무원들은 인구 문제에 있어서 지금까지 남의 일 보듯 한 구습(舊習)과 구태(舊態)에서 탈피하여, 현실 가능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 예컨대 권한이 한정된 작금의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파격적으로 확대할 개혁안을 만들어 제시하거나, 부처 간 인구문제 대책 위원회를 서둘러 만들어 논의의 장을 확대하는 등 인구정책의 대개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진짜 ‘움직이는 행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골드만삭스의 ‘미래 50년 보고서’의 함의(含意)는 바로 ‘인구’에 있다. 아무쪼록 ‘경제 성장은 곧 인구성장’이라는 사실을 정책 당국자들이 심각하게 인식하기를 바래본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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