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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길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3.01.25 수정 : 2023.01.2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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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성’ 확보가 시급한 우리 고용시장의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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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더 나은 노동시장을 위한 길

-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 우리 고용시장의 현 주소 -

 

2022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가 전년도 11월 대비 약 4만 명이 줄어들어 총 취업자 수는 2,460만 2천 명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3.9%로 지난 11월 대비 0.8%P 상승했고, 청년실업률은 7.9%를 기록했다. 통계에 의한 공식적인 실업자는 93만 8천 명이지만, 36시간미만 취업자중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나 쉬고 있는 사람, 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과 구직을 아예 단념한 사람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실업자는 4백만 명에 육박한다.

 

올 2023년은 고금리, 고물가의 여파로 인해 세계 전반에 걸쳐 경기침체가 예견되고 있는데다가, 우리의 고용상황의 경우 내년 이후 경제가 회복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아 보인다.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날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970~80년대 7~8%, 90년대에는 6% 내외였으나 2001년 이후에는 평균 4%대 중반으로 하락했고,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줄곧 3%를 밑돌고 있다.

 

물론 과거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보다 먼저 소득 1만 달러 달성을 이룬 선진국들도 1만 달러 달성을 전후해 일시적인 성장 둔화를 경험했다. 또 소득이 점차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나, 우리나라는 현재 기업가 정신의 쇠퇴와 세계 어디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전투(戰鬪)적인 노사관계 등으로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경제의 조로화(早老化)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생산성 증가를 상회하는 과도한 임금 요구와 강경한 투쟁방식의 노조활동, 또 힘들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려는 풍조 등은 경제 활력을 급속도로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장잠재력 저하와 함께 고용창출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이미 우리 경제가 저성장기조로 들어섰음에도 ‘고용 탄성치(彈性値)’가 증가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5년부터 연평균 취업자는 30만 명을 밑돌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경제위기 여파로 취업자 증가는 14만 명에 불과했다.

 

이는 매년 새로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40~50만 명의 노동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인데, 이 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등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업역시 생존을 위해 핵심인력중심으로 운영을 하고 있어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대신에 현재 늘어나고 있는 일자리는 비정규직과 고령층에 집중되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 명에 근접하고 있는 오늘날, 문제의 심각성은 내년 이후 금리와 물가가 떨어지면서 작금의 경제위기가 극복되더라도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데 있다.

 

지난 역사를 복기해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데다가 고용창출 능력도 저하돼 매년 40~50만 명씩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력들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었던 것이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당시의 데자뷰(Deja vu)처럼 올해 모두가 우려하고 있는 경제 위기와 경기 침체 속 얼어붙은 노동시장도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기시감(旣視感)을 느끼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서둘러 노동시장의 획기적 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한다. 고용시장의 유연화를 통한 성장 잠재력의 제고(提高) 없이는 내년 이후 경기가 진작되고 경제의 여건이 나아진다고 해도 젊은 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증가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노동시장의 개혁을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다. 우리나라 정규직 보호 정도(程度)는 OECD기준에서 보면 중간정도로 나타나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 부분과 노조조직부분에서는 정규직은 철저히 보호되고 있다. 아니, 기타 선진국 등과 비교해도 과(過)보호 수준이다. 하위 그룹의 평균과 비교해서도 ‘현저하게’ 저(低)성과를 보여야만 해고를 권고할 수 있는 수준이라니, 이쯤 되면 한국 사회에서 정규직이란 가히 ‘철밥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고용시장에 있어 개선이 가장 시급한 부분은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고용보호 절차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OECD 가이드라인을 적극 수용하여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절차의 엄격성에 있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다섯 번째로 엄격할 정도로 철저하다. 특히, 집단적 정리해고의 경우 OECD기준에서 한국은 정리해고가 용이한 나라로 분류되나, 실질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정리해고를 하는 것은 실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직후 도입된 정리해고제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현장에서는 정리해고보다는 명예퇴직제도를 인원정리의 주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12년 OECD는 이러한 ‘정규직의 과보호’가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어렵고 고비용이 소모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고용유연성을 위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일정 비율 유지할 수밖에 없다.

 

OECD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봤다. 기업들이 비정규직 근로자에 의존하지 않고도 원하는 유연성을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노동시장의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정규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유독 경영계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정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규직 과보호 완화’를 언급하는 것은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우 의미 있는 결단이라고 본다.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경직적인 고용구조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비정규직의 보호 역시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가 전제돼야만 실효성이 있다. 비정규직보호법과 같이 법적 강제에 의한 보호는 비정규직근로자들 간에 차별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야기 시키는 현실은 법에 의한 강제적인 비정규직 보호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필자는 정규직 고용시장의 높은 ‘경직성’을 완화시켜 고용주들이 정규직 근로자들의 채용을 주저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규직으로,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일관되게 생각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 실질적인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지금의 후진적이고 대립 일변도인 ‘노사관계’도 선진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립적 노사관계는 고용창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시장’이란 수많은 근로자들이 적성과 희망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다니며 동시에 기업들도 보다 생산적인 근로자를 만나기 위해 애쓰는 역동적인 시장이다. 그리고 이런 역동성은 효율적인 인적자원 배분의 근간(根幹)이 된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고용’과 ‘해고’의 과정이 자유롭고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여기에 탄력적인 근로시간 조정이 가능하다면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다양한 일자리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올해는 글로벌 경기악화로 인한 수출 및 내수부진 장기화 등 우리 경제의 침체가 우려되면서 취업난 등 노동시장에도 큰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가 빠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고, 급격한 고용충격에 따른 혼란에 대비하기 위해서 근본적인 대책 수립과 실행이 시급하다. 우리가 고용시장과 노동시장의 개혁을 계속 미룬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울 것이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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