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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금리라니까!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3.01.23 수정 : 2023.01.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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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 전망과 금리(金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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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돈 이야기(16)] 바보야, 문제는 금리라니까!

- 새해 경제 전망과 금리(金利) 이야기 -

 

어느덧 새로운 1월도 반이 지났다. 으레 새해가 시작된 연초(年初) 무렵에는 밝은 분위기속에서 희망과 긍정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유독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다수가 어떤 ‘희망’이나 ‘기회’에 관해 언급하기 보다는, 다가올 ‘위기’와 그 ‘대응’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역시 부정적인 전망 일색이다. 작년 한해 급격한 금리인상과 공급망 혼란, 국제공조의 붕괴 등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세계 경제는 급속히 위축되었다.

 

올 2023년, 유럽은 에너지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정치적 불안 및 정부의 재정고갈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진입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바뀐 중국의 제로(zero) 코로나 정책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하나, 막대한 ‘대출’이라는 숨겨진 폭탄을 안고 있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상태와 급격한 정책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혼란 등을 고려해볼 때,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같이 중국이 세계 자본시장의 구원투수로 등장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다.

 

여기에 미국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작년과 더불어 올 2023년 역시 대규모 무역적자를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경기변동과 자산시장의 침체는 늘 그랬듯이 일시적인 위기다. 여기서 ‘일시(一時)’라는 말이 가진 함의는 매우 의미심장한데, 문자 그대로 ‘일시적’이라 함은 영구히 지속되는 것은 아닐 뿐 그 기간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계속 나쁠 수도 없고, 또 계속 좋을 수도 없는 것이 경기(景氣)와 경제(經濟)의 본 모습이지만, 침체된 경기와 약세 장세가 우리가 생각하거나 기대하는 것보다 얼마든지 길어 질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경제의 활력도가 강하고 약하고, 또 경기가 오르고 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이클(cycle)이지만, 현재는 보다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위기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근본적’ 위기국면이란 무엇을 뜻하는 걸까?

 

그것은 바로 무엇보다 예상치 못할 정도로, ‘갑자기’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작년 한해 급하게 오르기 시작한 ‘금리(金利)’에 있다. 혹자는 금리가 올해는 미국을 필두로 하반기로 갈수로 내릴 것이라 말하지만, 금리를 예측하는 것만큼 수주대토(守株待兎)의 어리석은 고사(古事)가 떠오르는 것도 없다.

 

대략 5년 전 시중에는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이라는 개념이 큰 유행을 끌었다. 이 ‘MMT’ 이론은 지난 역사를 보니 아무리 많은 양의 화폐를 발행해도(미국의 기준에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으니,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 경기를 끌어올리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물가가 오르지 않는 만큼 금리도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 거라 굳게 믿었다.

 

물론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실로 신기루 같은 허무맹랑한 이론이지만 당시에는 모두의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그럴듯하게 여겨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1년 12월만 해도 2% 밑에 있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10%를 바라볼 정도로 큰 변동을 보이며, 인플레이션은 극심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이 이론은 자취를 감췄다. 당시 현대화폐이론이 거론된 것은 중앙은행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의 제1역할은 절대적으로 ‘물가안정’에 있지만, 유동성이 넘치던 당시 중앙은행에게 있어 물가안정은 잊힌 존재가 되었고, 그 자리를 ‘시장 통제’와 ‘경기 조절’이 차지한 것이다.

 

그러던 시장 분위기와 중앙은행의 시각은 2022년을 시작하면서 급변한다. 특히, 작년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금리는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후 작년 한해 금리는 드라마틱하게 상승을 보였다. 그렇다보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 믿고 있다. 아마 이는 일정 부분 지난날의 ‘학습효과’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다”는 말처럼 가파르게 금리가 올랐으니 이제는 내려갈 것이라 기대하는 것도 일정부분 합리적인 사고라고도 여겨진다. 

 

그렇다 보니 올 1분기에 미 연준은 대략 금리를 5% 초반 까지 올리고 마무리 지을 것이라 다수의 전문가들은 연일 언론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금리인하 끝에는 결국 다시 낮아진 금리로 인한 막대한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며, 이는 현대화폐이론이 나올 당시처럼 시장에는 돈이 마를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화폐가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 온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덧붙여 늘 시장은 대중보다 똑똑하고 빠르다는, 이른바 ‘선반영 논리’를 내세우며 이제 투자를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이 기대는 타당할까?

 

현재 미국의 10년 물 국채수익률은 3.5~4.0% 사이에 머물러 있다. 1900년 이후 120년 동안 미국 금리가 지금보다 낮았던 적은 많지 않다. 1900년대 초 2~3년, 그리고 1929년 대공황 이후 20년, 마지막으로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15년이 그에 해당한다. 전부 합쳐 40년 정도인데, 나머지 80년은 금리가 지금보다 높았다. 결국 이말 인즉슨, 지금 금리가 과거와 비교해 부담이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상황으로 인해 지난 과거 사례와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가 역사를 참조하는 이유는 현재 벌어지는 모습들이 과거와 동일하게 반복되어서가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 등이 다시 비슷한 모습으로는 충분히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과 자본의 역사에서 120년이라는 시간은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제상황이 포함된 기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20년 안에는 경제가 좋을 때와 나쁠 때, 물가가 높을 때와 낮을 때, 심지어 위기가 발생했을 때까지 모두 들어가 있어 지금과 유사한 상황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지금 금리가 이런 상황을 모두 포함하는 중간점 정도에 있다는 것은 금리가 균형점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당분간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것이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특별한 상황변화가 없는 한 올해 금리인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금리를 한두 번 내려도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올해 상반기에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5%까지 인상하더라도 시장금리는 더 이상 높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차이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는데 두 금리 사이의 차이가 큰 만큼 금리를 인하해도 시장금리의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를 잘 보여주듯 벌써 최근 언론보도 기준으로(1/20)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가 점점 오름에도 불구하고 무려 0.9%p나 낮아져 오히려 3%대로 하락했다.

 

이러한 점에서 만일 지금 금리가 적정수준이라면, 이제 우리는 변화한 금리에 대한 적응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올라 이자비용이 늘어도 사람들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학습효과 때문이었을까? 시간이 지나면 금리가 다시 내려와 이자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가 현재 수준에 머물 경우 이 가정은 성립할 수 없다. 지금의 이자부담이 계속되므로 부채규모를 줄이는 게 이자부담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참으로 우픈 일이지만 은행권은 정부 핑계를 대며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는 그대로 두고 있으니 대출이 많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중고를 겪는 형국이다. 결국 금리는 우리들의 ‘자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다. 금리라는 것이 경제와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크고 무서운 존재인지를 <뉴스본>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다시금 상기해보았으면 한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운동 문구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라니까(It's the economy, stupid)!”이었다. 이 구호로 클린턴은 조지 부시의 재선을 막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소련이 무너지며 냉전(Cold War)도 막을 내리고, 걸프전 이후로 경기 진작을 바라던 국민들의 바램을 절묘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빌려 필자는 앞으로 짧게는 2024년 초까지, 길게는 2024년 말까지 이어질 높은 금리 유지(5% 초반) 시기에 모든 시장참여자들이 생존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한마디 외치고자 한다. “바보야, 문제는 금리라니까(It's the interest rate, stupid)!”

 

그렇다. 금리(金利)가 전부다. 오늘날의 절대적인 금융자본의 세상에서 투자의 향방은 금리가 좌우한다. 일단 금리가 내려가야 모두가 그토록 바라는 ‘유동성’의 군불도 피어나는 법이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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