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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FunFun)하게 경영해야 이긴다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2.11.29 수정 : 2022.12.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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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事)은 ‘무조건’ 즐거워야한다

[사유를 위한 空間] 뻔뻔(FunFun)하게 경영해야 이긴다

- 일(事)은 ‘무조건’ 즐거워야한다 -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항공회사의 경영자(CEO)는 누구였을까?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한때 20세기를 주름잡았던 팬암 항공(Pan American World Airways)의 후안 트리페, 또 남다른 기행(奇行)으로 유명한 버진 애틀랜틱(Virgin Atlantic Airways)의 리처드 브랜슨이 있지만, 필자는 주저 없이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Southwest Airlines)의 창립자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를 꼽는다.

허브 캘러허에게는 당대 아주 유명하고도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있다. 켈러허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영 전반을 담당하던 1990년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광고카피 문구는 ‘Just Plane Smart’였다. 그러던 어느 날 소형 항공사였던 ‘스티븐슨 항공사’는 해당 문구가 자신들의 광고인 ‘Plane Smart’를 모방한 것이라며 광고금지 소송을 제기한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켈러허 회장은 이 문제를 법정에서 다투지 말고, 회장 간 팔씨름을 해서 이기는 쪽이 광고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 어떠냐고 스티븐슨 항공사의 커드 허월드 회장에게 제의한다. 이 기발한 대결은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회장들의 팔씨름 대회는 신문과 TV등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미전역에 알려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팔씨름 대결은 10초 만에 커드 허월드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에 패배한 켈러허 회장은 “하필 제가 며칠 전 감기에 걸렸는데, 그만 손목을 다쳤습니다.”라며 특유의 재치 넘치는 유머를 하며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고, 광고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팔씨름 대회를 시청한 조지 부시(George H.W. Bush) 대통령은 캘러허 회장에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항공사 회장 간 광고 문구를 걸고 벌인 이 화제의 이벤트는 두 회사가 돈 한 푼 안들이고 엄청난 광고 효과를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별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던 신생 항공사였던 스티븐슨 항공사는 인지도가 올라가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서 비슷한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기도 했다.

오늘날 미국의 4대(大) 항공사 중 하나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창립한 허브 켈러허는 본래 변호사였다. 그러던 중 자신이 주로 다니던 텍사스 댈러스와 샌안토니오, 그리고 휴스턴을 연결하는 항공사를 설립하면서 사업에 뛰어 들었다. 그는 승객들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즐겁게’ 여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전략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모든 비행기의 기종도 ‘보잉 737’ 하나로 통일했다. 게다가 기장과 승무원들이 기내 청소를 담당했고, 기내식으로는 오로지 물과 땅콩만 제공했다. 또 지정 예약석도 없앴으며, 탑승 당일 선착순으로 좌석을 배정했다.

오로지 승객만을 생각한 캘러허의 신조(信條)는 승객들이 즐겁기 위해서는 승무원과 직원들이 먼저 ‘즐겁게’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직원들을 채용 할 때 첫 번째 기준으로 ‘유머감각’을 꼽았다. “업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교육을 통해서 익힐 수 있지만, 몸에 배어있는 태도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을 채용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아가 승무원들은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고 근무했고, 비행이 ‘일’이 아니라 승객들과 즐거움을 나누는 하나의 ‘놀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켈러허는 “고객보다는 직원이 우선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했는데, 켈러허의 이런 파격적인 경영과 직원에 대한 마인드는 한 대의 비행기로 시작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오늘날 736대의 항공기를 보유한(2021년 기준), 명실상부한 미국의 4대 항공사로 거듭나게 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구인광고는 이렇다. “즐겁게 일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로 오세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일하며, 언제나 약간의 반항은 허용되고, 또 누구나 존중과 배려를 받는, 바지를 입어도 벗어도 되는 회사가 바로 이곳입니다.”

켈러허 회장은 스스로 TV광고에도 출연해 익살맞은 표정으로 랩을 하며 즐겁게 일하는 회사 분위기를 홍보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입사한 직원들은 신입사원 연수 시절부터 켈러허 회장으로부터 ‘재미있게 일하는 분위기와 방식’을 접하게 된다. 사원들은 즐겁게 일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만의 문화를 즐기며 회사 생활을 한다. 그 결과 지금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미국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늘 상위권에 랭크된다.

다른 무엇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승무원이 승객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탑승 시 비행기의 안내 멘트는 이렇다. “이 비행기 안에서는 흡연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흡연하다가 들키면 그 승객은 비행기 날개 끝으로 나가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는 영화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하도록 조치됩니다.”

켈러허의 이러한 경영 방침을 오늘의 경영학에서는 즐거움(Fun)과 경영(Management)을 합쳐‘퍼니지먼트(Funagement)’라고 부른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을 해야 만이 비로소 고객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켈러허의 생각이었다.

이처럼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가 성공 한다’는 사실은 실적으로도 증명되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창사 이래 44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주가 수익률은 창사 당시의 주가 대비 무려 23,000% 상승을 기록했다. 심지어 9.11 테러가 벌어졌던 지난 2001년과 금융 위기로 전 세계의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008년에도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직원들의 이직률은 10%이하며, 회사의 정리해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9.11 테러 당시 12만 명을 해고한 다른 미국의 항공사들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직원우선 정책은 정시도착, 수화물운송, 고객 불만 항목에서 33년 연속으로 최고 점수를 획득하며, 항공사의 로망인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케 했다.

켈러허는 한 언론사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런 직원들을 찾습니다. 일을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 낙관적인 사람,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도와주려는 사람입니다. 그런 태도를 갖춘 사람들이라면 우리는 그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인재를 채용할 때 학력과 경력을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항공 전문가는 지원하지 말라고도 한다. 기존의 항공사에 대한 고정 관념을 가진 사람보다는 백지 상태의 일반인이 더 낫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9년 1월 3일, 켈러허 회장은 87세의 일기로 세상과 작별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에서는 더 이상 켈러허의 미소를 볼 수 없지만, 그의 직원에 대한 사랑과 고객을 향한 뻔뻔한(FunFun) 마음은 오늘도 여전히 미국 하늘을 가로 지르며 환하게 수놓고 있다.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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