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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의 교차로에 서서

강건욱 칼럼니스트 입력 : 2022.11.27 수정 : 2022.12.1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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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돈 이야기] 부(富)의 교차로에 서서

강건욱 칼럼니스트

[사진=강건욱 칼럼니스트]

‘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이라 그런지 결혼(結婚)들을 많이 한다. 얼마 전에 얼굴을 못 본 지 3년은 족히 지났을 A에게서 결혼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기도 해 A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그러면서 연신 들뜬 A가 하는 이야기를 꽤 긴 시간 흥미롭게 들었다. 그간 A는 인생에 있어 두 번의 큰 기회를 연이어 경험했다고 한다. 그가 헤엄친 첫 번째 기회의 바다는 강남의 고급 주거용 오피스텔을 비롯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관리하는 회사를 지인과 공동으로 설립해 운영한 일이었다. A는 워낙 경영에 있어 탁월함을 보여 금새  입소문을 타, 전국 방방곡곡의 대단지 아파트들이 그에게 일감을 맡겨왔다고 했다. 게다가 어떻게 A를 알았는지 카타르나 두바이 등 중동지역에서도 대형 주상복합건물의 관리용역을 맡아 달라는 주문도 쇄도했다고 한다.

필자가 기억하는 지난 시절의 A는 그럴싸한 건설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을 뿐인데, 이제는 완연한 사업가로 변모해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조금 여유가 생긴 A는 이어 두 번째 바다를 향해 갔다. A는 코로나 시국에서도 여러 개발도상국들을 돌아다니며 한창 건설 중인 개발현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펜데믹 시국이 언젠가 막바지에 이르면 철강이나 건설업, 엔지니어링 업종이 호황을 맞이할 것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잘 아는 분야인 엔지니어링 회사를 선택해 3년간 주가에 관계없이 계속해서 주식을 매수했다. 그 결과, 현재 A가 보유한 주식가치를 듣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A는 애널리스트도 아니고, 증권 전문가도 아니다. 또 촌각을 다투며 샀다 팔았다 하는 데이트레이더는 더더욱 아니며, 갖가지 파생기법을 가미해 묘기를 부리는, 속칭 여의도 미꾸라지니 압구정 뱀장어니 하는 투기꾼도 아니다. 단순히 언젠가 코로나는 그칠 것이고, 돈이 흘러들어가는 중동 등 개발도상국에서 여전히 건설 사업은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마치 비즈니스 하듯이 주식투자에 임한 게 그가 부린 마법의 전부였다.

특별한 비책도 없었다는 A는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컴퓨터 기술이 하도 발달하니까 이제는 이 컴퓨터 때문에 부동산에서 돈 벌기가 점점 힘들겠어. 좀 허술해야 하는데, 글로벌 부동산 정보도 워낙 잘 공개되어있고 다들 기억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전문가가 전문가를 알아보는 법이라 했던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닌 필자는 A의 말을 해석하는데 어렵기만 했다.

최근 어느 경제 잡지에서 재일(在日)동포들의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 신한은행을 처음 만든 사람들은 재일동포들이다. 그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1977년 ‘제일투자금융’이란 것을 만들었고, 신한은행은 이를 기초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많은 은행들을 흡수하며 명실상부 국내 제일의 금융사로 도약했다.

잡지에서는 오랜 기간 신한금융지주를 이끌었던 라응찬 회장이 신한은행에 대한 흥미로운 비사(祕史) 하나를 들려주고 있었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기자가 “1977년 당시 신한은행의 전신(前身)을 설립했던 재일동포 주주들은 지금 다들 어마어마한 거부들이 되었겠네요?” 라고 묻자 라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신한은행에는 본래 개인으로서 큰손 대주주가 2명이 있었지요. 각각 500만주씩으로 비슷한 규모를 보유했지요. 그중 한 분(B라 하자)은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호텔 체인을 하는 사람인데, 지금도 그대로 하나도 변동 없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 분은 이제 한국이 본격적인 산업자본화의 궤도에 들어섰으니 기업들의 자금 융통을 담당하는 은행업은 잘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귀담아 들었지요. 그런데 다른 한 분(C라 하자)은 15년 전쯤에 주가가 몇 천 원에서 2만 원으로 150%정도 껑충 뛰니까 팔아 달라고 합디다.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고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어요. 할 수 없이 팔아줬지요. 그 분은 한동안 연락을 끊더니 반년쯤 지난 시점에 다시 찾아와서 그 돈으로 뭘 했으면 좋겠느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다시 은행 주식을 사는 게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낫겠다고 했지요. 그 사이 주가는 또다시 배가량 뛰었습니다. 그는 김이 샜는지 주식 매도 대금 중 일부만 투입해서 신한은행 주식을 조금 샀어요.”

현재 가치로 따지면 B씨의 주식가치는 6000억 원이 훨씬 넘고, C씨는 300억 원밖에 안 된다고 한다. 300억 원이라는 돈도 보통사람에겐 상상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돈이다. 사람에 따라 평생 써도 다 못쓸 돈 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언제나 상실의 고통이 얻는 기쁨보다 두 배, 세 배나 큰 법이다. 아마 C씨는 꽤 긴 시간 자신의 선택을 곱씹으면서 미간을 찌푸렸을 지도 모른다. 아니, 여간해서는 금전에 있어서만큼은 영영 자신의 기억을 상쇄할 또 다른 행복감을 맛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결국 앞날을 보는 눈, ‘통찰(洞察)’이라는 안목의 부재(不在)였다. 만일 지금 당신이 커다란 부(富)를 가로지르는 십자로에 서있다면, 당신은 어느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이자 사상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는 이렇게 말했다.

“앞날을 예견하려면 현재의 것과 과거의 것을 움직이는 진행형으로 간주하고 자세히 관찰하라. 그중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불변하는가를 읽어라.”

글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A는 세계를 돌며 무엇이 변화하는지를 정확히 읽어냈다. B씨는 다가올 물결을 읽어낸 은행 경영자의 말을 귀담아 자기 것으로 했다. 그리하여 부의 파도에 올라타고, 부의 물결을 지켜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한복판이었는데도 코스피 지수는 3000을 훌쩍 넘어 연일 신기록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런 시기에서도 개미투자자들은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다. 지수는 백퍼센트 가까이 올랐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수익률을 -10% 이내로만 관리해도 꽤 선방한 것이라니 기막힐 노릇이다. 급격한 상승 장세였던 때도 그러한데 지금 같은 하락 장세에서는 더 말하면 입만 아플 뿐이다. 내가 사면 가격은 꼭 떨어지고, 내가 산 주식들은 오를 기미조차 안 보인다. 그리고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주가지수는 3400에서 지금은 2400이 되어있다. 아, 참을 수 없는 머피의 법칙!

그러나 남 탓, 환경 탓 하지 말라. 오늘 이야기에서 등장한 A, B, C의 모습을 보며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는가?

모든 것에는 원인이 있다. 나의 ‘선택’이 바로 원인이다. 우리는 지난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부(富)는 늘 교차할 것이다. 그 부의 교차로에서 당신은 어디를 바라볼 것인가?

글 강건욱 / 문예지 기자 및 인문학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며 예술과 문학, 대중문화에 관한 칼럼과 평론을 쓰고, 저명인사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문화평론가 및 프리랜서 인문학 칼럼니스트로서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며, 성인과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학 강연 및 콘텐츠를 기획, 모더레이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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